시비(詩碑)에 대한 생각
시비(詩碑)에 대한 생각
  • 이병헌
  • 승인 2008.07.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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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     ©독서신문
며칠 전 우연히 한 시인의 시비(詩碑)앞에서 그 시비가 세워진 과정과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요즈음 전국의 거의 모든 시군에 적어도 시비(詩碑) 하나 정도는 세워져 있고 앞으로도 계속 세워질 것이다. 시비를 세워서 그 시인의 시를 접하면서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고 기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시비건립에 대해서 찬성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국민들이 시집을 사거나 문예지를 읽지 않아도 여행지에서 쉽게 시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참 좋다고 말 할 수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우연히 시비를 만나기도 하고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통영을 여행하다가 낭망산 공원에서 유치환의 『깃발』시비를, 사천 노산공원에서 박재삼의 시비 『천년의 바람』, 군산 월명공원에서 ‘채만식 문학비’, 백담사에 있는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 시비, 산청군 중산리에 있는 천상병의 시비 『귀천』, 대구 달성공원에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 등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물론 같은 시의 시비가 전국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한용운 시인을 연구하고 문학관을 설립한 한 교수님은 그의 시 『나룻배와 행인』 시비를 수십 곳 세울 예정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요즘 시비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는 말을 한다. 수십 개 혹은 백여 개 가까운 시비를 세우는 시비공원(詩碑公園)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를 나무라거나 잘못됐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언젠가 수십 개의 시비가 세워져있는 곳을 지나가다가 놀란 적이 있다. 원문 중에서 빠진 부분이 있고 오타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국어 국문학을 전공한 분과 함께 그 곳에 세워진 시비를 돌아보면서 그는 몇 개에서 오타와 탈자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사실 그것은 시비를 건립한 추진위원회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완전한 검증도 거치지 않고 우후죽순으로 세워진 시비는 많은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그 시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그 시인의 시의 원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잘못 전달된 것은 엄청난 파문을 가져올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 중에서는 시비를 건립하는데 지방자치단체나 문학단체 혹은 각종 추진위원회에서 너무 서둘러 시비를 세운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지방 자치 단체에서는 지역 출신의 시인이나 작가의 시비 또는, 문학비를 세워 지역의 동질감을 형성하고 자랑으로 삼기도 한다. 세상을 떠난 문학가의 경우에는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생각이 되어 문학비를 세우는데 문제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이 된다.

이에 비해서 살아있는 시인이나 작가의 시비나 문학비는 문제를 가질 수 있다. 시비나 문학비는 그 시인이나 작가의 문학적인 업적을 기르기 위해서 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세워놓으면 시비나 문학비를 세워놓은 이후에 발생하는 그 문학가의 문학적인 양식이나 양심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논의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고 지금도 많은 곳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시인이나 작가의 시비나 문학비가 세워지고 있다.

시를 널리 퍼지게 할 수 있는 것 이라면 그것에 대해서 문제가 됨을 지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인의 영혼을 담은 시가 돌에 새겨져 후세 사람들에게 많이 익혀지고 또 기억하도록 해주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의 시비를 세우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시, 그 자체만을 이야기하자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참 어려운 일이지만 글과 작가는 늘 하나로 연결되어있다. 그러니 글을 작가나 시인과 구분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물론 ‘살아있는 사람의 시비를 세우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에게 딱히 할 말은 없다.

다만 요즘 지자체나 문학단체에서 시비를 세울 때 좀 더 검토를 해 걸러진 상태에서 진행하고 시비에 시를 담을 때도 최선을 다하면 좀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우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문인들의 시비나 문학비를 세울 때는 충분한 검증을 거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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