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전집 펴낸 서정시인 나태주
시전집 펴낸 서정시인 나태주
  • 관리자
  • 승인 2006.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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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정서에 바탕을 둔 서정시인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대숲 아래서」중에서


 


변함없이 한국적 정서에 기초한 서정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불리는 나태주. 지난 71년 시 「대숲 아래서」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이래 36년간 詩作활동을 펼쳐온 시인의 시문학을 정리한 『나태주 시전집』이 출간됐다.

 김소월과 박목월을 잇는 한국 서정시의 큰 흐름인 그의 시문학을 종합 정리한 이번 시전집에는 그의 첫 시집인 『대숲 아래서』부터 최근의 시집인 『물고기와 만나다』까지 1,500여 편의 시와 주옥같은 산문들, 총 2천7백여 쪽의 그의 시집에는 시인의 삶과 사랑이 녹아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
 이 세상에 주의, 주장을 말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묵묵히 자기 할 바를 다하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꾸미는 데 일조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태주는 후자에 가까운 인물이다. 지금까지 그는 한번도 대도시에서 살아본 일이 없이 늘 시골을 맴돌며 살았는데, 30년 가까이 산 공주는 그가 산 도시 가운데 가장 큰 시골 도시이다.

 청소년 시절 그가 가졌던 세 가지 소원은 첫째가 시인이 되는 것이고, 둘째가 좋은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고, 셋째가 공주에서 사는 것이었는데 오늘에 이르러 그는 그 세 가지 소원을 모두 이루었다고 말하곤 한다.

 또 평생 동안 잘했다 여겨지는 일로서 네 가지를 꼽는데 그 첫째가 초등학교 선생을 한 일이고, 둘째가 쉬지 않고 시를 쓴 일이고, 셋째가 한번도 시골을 떠나지 않고 산 일이고, 넷째가 아직도 자가용차를 갖지 않고 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있어 교직은 아름다운 삶의 터전이었고, 시는 맑고 향기로운 정신의 산물이었으며, 시골은 교직과 시를 병행하면서 살아가기에 그럴 수 없이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낙원이었다.

 자가용차 없이 사는 날들은 조금쯤 불편하기는 하지만 자연과 보다 친할 수 있는 많은 계기들을 제공해주었다고 믿는다. 이러한 생활과 환경이 그를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으로 거듭나게 한 것이다.
 


한국적 정서에 바탕을 둔 서정시인
 나태주 시인은 메마른 세상에 샘물을 퍼올리 듯 우리나라 서정시의 맑은 물줄기를 끊임없이 이어온 시인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시인이다. 그는 서정시의 불이 꺼진 시대에 서정시의 바다에 돛단배를 띄우는 심정으로 시를 썼다고 말한다.

 강물에 띄워 보낸 나뭇잎이 바다에 이르듯 자신이 퍼 올린 시 한편 한편이 우리들의 마음속에  오래오래 물결치는 것을 낙으로 시를 쓴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시인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나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 나아가 가슴속에 서정시의 온기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그의 시는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던 아득한 그리움을 피어오르게 한다.
 
강물은 흐른다/그대 생각하는 내 마음도 흐른다/나무는 춥다/그대 생각하는 내 마음도 춥다/날 어둡자/하늘에 별이 반짝인다/반짝이는 게 어디 별뿐이랴/그대 생각하는 내 마음도 반짝인다/마을의 불빛은 애닯다/애달픈 게 어디 마을의 불빛뿐이랴/그대 지키는 내 마음의 등불도 애닯다.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중에서
 
슬픔의 길은 /명주실 가닥처럼이나/가늘고 길다//때로 산을 넘고/강을 따라가지만//슬픔의 손은/ 유리잔처럼이나/차고도 맑다//자주 풀숲에서 서성이고/강물 속으로 몸을 풀지만//슬픔에 손목 잡혀 멀리/멀리까지 갔다가/돌아온 그대//오늘은 문득 하늘/쪽빛 입술 붓꽃 되어/떨고 있음을 본다. 
                                                                               ―「붓꽃」 중에서
 
인간과 자연, 기다림과 애달픔
 그의 시 속에는 여자가 들어 있지 않다. 굳이 그것이 여자의 옷을 입고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경우라 해도 다분히 중성적인 여성일 뿐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인의 시의 변함없는 대상은 인간과 자연이요, 그 주제는 기다림, 그리움, 애달픔 같은 것들이라는 것이다.

 처음 시인은 인간적인 슬픔과 고달픔을 기댈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는 배경으로서의 자연을 희구했다. 그래서 자연 속에 자신의 숨결을 풀어 넣으면서 많이 편안해 할 수 있었고 지친 발걸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자연이라 해도 초기의 자연은 은둔과 생활의 공간으로서 차용된 자연이라 말할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의 합일合一을 꿈꾸었지만 그것은 인간인 자신이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안기고 업히는 쪽으로의 소극적인 합일의 세계였다는 것이다.
 
 「발이 이쁜 여자여, 이제 지구에서는 안녕」이라는 글에서 그는 또 이렇게 밝히고 있다.
 
“오늘날 나의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다르다. 인간인 내가 자연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굳이 업히거나 안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인 나의 내부로 자연을 끌어들이고자 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보다 적극적인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꿈꾸는 세계요, 능동적인 방법인 셈이다.
그러므로 자연 속에 내재한 섭리라 할지, 순리라 할지 그런 보이지 않는 것들을 베껴내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자연이 주는 메시지를 경건히 받들어 번안하기도 한다. 이제 나에게 자연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이미 내 안에 들어 있는 그 어떠한 존재이다.
내가 어느 장소에 있느냐도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내가 꼭 자연 가까이 위치할 필요도 없다. 비록 아파트 공간에 살고 있다 해도 충분히 자연을 느끼고 소유하고 또 자연과 교감하면서 숨 쉴 수 있는 것이다. 드디어 자연과 내가 둘이 아니고 하나였음을 발견하게 된다.”
 


시는 추상명사요 미인도
 시인은 시를 “하나의 추상명사요, 미인도요, 무정의無定義 용어요, 관용구慣用句-이디엄idiom-가 아니가 싶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자체가 추상이요 개념이지만 시란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오감으로) 경험되는 물체나 소리나 빛깔이나 냄새가 아니라 우리들 마음속에 숨어 있는 ‘아스라한’ 그 무엇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아스라한’ 그 무엇은 우리에게 미인도와 같은 형상으로 존재한다한다. 시대에 따라 달랐고 지역마다 달랐고 사람마다 또 그 기준이 다른 미인도. 완전한 미인을 바라고 그리지만 완전한 미인도를 그린 화가는 지금까지 없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시 역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좋고 나쁨, 즉 자신에게 좋으면 좋은 시라는 시인의 말이다. 그러한 점에서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이미 시인이라 말할 수 있다 한다. 우리 모두에게 나름대로의 특별한 경험이 있고 아기자기한 감정이 있기 때문이란다.

 다만 이를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며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 시인이라고 그는 말한다. 서정시인 나태주. 한국적인 서정시인인 그의 시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그의 시적 감흥과 더불어 이 같은 열린 사고에서 오는 포옹력과 조화로움 때문은 아닐까.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 生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대숲 아래서』 『누님의 가을』등 시집 다수
선시집 『빈손의 노래』 동화집『외톨이』
산문집 『외할머니랑 소쩍새랑』외 다수
흙의문학상 박용래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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