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이 사랑한 조세핀1
나폴레옹이 사랑한 조세핀1
  • 신금자
  • 승인 2008.07.1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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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속의 여인들 18회

▲ 신금자[수필가·본지 편집위원]     ©독서신문
바람에 날려버린 제비꽃 연가


조세핀은 가난한 귀족 집안의 맏딸로 태어나 마당에 핀 제비꽃처럼 자랐다. 그녀는 ‘마리 조세프 로즈 타셰 드 보아르네’라는 긴 세례명 탓인지 그냥 ‘로즈’로 불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세핀’이란 이름은 남성풍인 조세프를 나폴레옹이 여성형인 조세핀으로 고쳐 불러준 것이란다.

그녀는 1779년 열여섯의 나이에 젊고 부유한 육군 장교와 결혼하였다. 그러나 꿈꾸듯 달콤할 줄 알았던 결혼생활은 시작부터 행복하지 못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련이었다. 남편은 조세핀이 가난하여 배우지 못한 매너와 교양을 빗대 촌티난다고 구박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부부동반의 모임에도 조세핀을 데려가지 않는 등, 철저히 그녀를 무시했다.
 
조세핀과 거리를 둔 남편의 허영심과 냉대는 그녀에게 심한 상처를 안겼다. 그녀가 겪은 일련의 일들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1785년 그들은 결국 별거의 수순을 밟았다. 그리고 그녀는 촌뜨기라는 가당찮은 수모와 무관심을 돌려놓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파리 상류층의 관습을 익히고 사교계의 매너 또한 열심히 배웠다.

그 즈음에 프랑스는 혁명정부의 자코뱅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공포정치가 실시되었다. 당시 혁명군이었던 남편은 단두대에 끌려가 참수당하고 그 여파로 그녀도 투옥되었다. 다행히 그 해에 테미도르 당의 반동이 일어나 자코뱅당을 몰아내는 바람에 조세핀도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사교계의 여왕으로 나폴레옹을 만나다

그녀는 사교적인 여인이 되는 것이 살길이라 여겼다. 아니, 달라져야 한다는 절박함마저 일었다. 얼마 되지 않은 결혼 생활이 그녀를 이리 혹독하게 가르쳤다면 엄살이 될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녀의 숙명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의 사랑받기 위한 전략은 사교계의 여왕으로 눈부신 이력을 가질 만도 했다. 빼어난 미인이라기보다 사랑의 기술이 다분히 앞섰다. 카리브 해 특유의 까만 눈동자가 주는 매력과 관능에 요염하기까지 했다.
 
그 시기에 조세핀이 클럽에서 나폴레옹을 만나게 되었다. 나폴레옹은 야심을 가진 스물여섯의 멋진 젊은 장교로 잘 나가고 있었고, 조세핀도 더 이상 촌뜨기가 아닌 서른셋의 원숙미를 자랑하는 사교계의 중심인물이었던 만큼 서로 눈에 띄었을 터이다. 나폴레옹은 마치 숨이 멎을 것처럼 가슴이 쿵쾅거리며 조세핀의 마법에 걸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는 나폴레옹 정도론 성이차지 않아 그리 쉬 마음을 내 주지 않을 태세로 버텼다. 숨고 또 숨으며 사내가 애를 태우게 만드는 조련사 같아 보였다. 하긴 상류층 인사들이 그녀에게 정념을 불태우겠다고 줄을 서는 마당이니 콧대를 세울 만도 한가? 그보다 더 남편으로부터의 무관심과 감옥생활 등, 하수상한 시절을 겪은 그녀다. 자연 그녀가 자신의 행복과 자식들의 앞날을 보장해줄 강력한 힘을 가진 남자에게 집착하게 됐으리라.

어쩌면 그녀는 사랑을 받을 준비는 했으되, 진정한 사랑에 대해 깨닫지 못한 것은 아닐까. 짐짓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들의 심리는 생식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도 있다. 카사노바도 일종의 여성 모방심리의 산물이 되겠기에 말이다.

 

나폴레옹과의 결혼

나폴레옹이 전쟁이나 정치에서 뛰어난 전술가였다면 조세핀, 그녀는 사랑의 전략가로 거듭났다. 26세의 나이에 유럽을 다스리고 장차 세계를 호령하려했던 나폴레옹! 이 전쟁 영웅이 여자들 앞에서는 한없이 수줍음을 탔던 모양이다. 그러나 조세핀을 만나더니 나폴레옹은 단 한 순간도 지체할 수 없다며 서둘렀다. 그녀를 놓칠까봐 밤낮으로 매달렸다.
 
그 당시 조세핀은 혁명에서 남편을 잃고 사교계에 발을 들여놓아 정계의 거물이며 나폴레옹의 상사였던 바라스의 애인이었다. 그러니  한달음에 출세한 나폴레옹의 구혼이 끌리긴 했지만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답을 주지 않고 애를 태웠다. 결국 여러 사람을 놓고 다양한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냉담하게 굴던 조세핀이 나폴레옹의 집요한 구애에 넘어가 동거를 했다. 딸이 둘 딸린 33세의 이혼녀로써 이쯤에서 결혼하여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나폴레옹은 바람이 불면 날아갈세라 동거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부랴부랴 결혼 서약을 해놓고 전쟁터로 떠난다. 그는 타국에서 전쟁 중임에도 줄곧 편지를 썼고, 때론 한달음에 저택으로 달려와 그녀를 향한 불덩이를 전하고 갔다.

사실 나폴레옹은 꼭 성공하리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지냈다. 의지가 굳고 명석했지만 꿈이 원대하다보니 불안하고 초조해 감정의 기복도 심했다. 그러니 소화불량과 신경쇠약 등은 자연스럽게 그를 괴롭혔다. 잠시라도 나폴레옹이 긴장하지 않고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은 조세핀과 함께 있을 때이다. 그런데 조세핀은 나폴레옹이 그토록 와달라고 애원하는 이탈리아로 가지 않고 파리에 머물고 있었다.
 
그녀는 파리에 있는 애인과 떨어질 수가 없었다. 댄스파티에서 만난 '이폴리트 샤를' 이라는 젊은 육군 중위와 열애 중이었다. 1798년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을 나갔을 때는 아예 마르메종의 저택을 사들여 그 곳에서 이폴리트와 사랑의 둥지를 틀었다. 그러니 나폴레옹이 애써 보내는 편지는 보는 둥 마는 둥 구겨진 채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나폴레옹도 이 사실을 알고 조세핀에게 편지를 썼다. 마음이 아프지만 10배나 더 조세핀을 사랑한다고 적었다. 끝내 일이 터졌다. 파리에서 나폴레옹에게 전하려던 조세핀의 사랑 행각을 적은 편지가 해상에서 영국인들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렇잖아도 나폴레옹을 끌어내리지못해 안달이던 영국인들에게는 특종이지 않은가.
 
승승장구하던 그가 하루아침에 그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나폴레옹이 서둘러 파리로 돌아왔을 땐 이미 그녀의 간통 사건이 영국 일간지까지 실려버렸다. 나폴레옹의 상심은 말할 수없이 컸다.  돌아가면 절대 용서치 않으려고 했었지만 이내 무너지고 말았다.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비는 조세핀의 애원도 있으려니와 그동안 함께 지낸 그녀의 아이들에게 든 정도 깊어  다시 그녀를 받아들였다.

이런 와중에도 나폴레옹의 초고속 승진은 계속되었다. 혼란기에 영웅이 나온다곤 하지만 모든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영웅이 되어 혁명정부의 통령에 이어 나폴레옹은 황제로 등극했다. 비로소 조세핀은 자기가 대단한 남자와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와의 관계를 확실히 해두기 위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자고 졸랐다.
 
 
1804년 12월 1일 마침내 그들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그 다음날 나폴레옹은 노트르담 성당에서 황제 대관식을 가졌다. 조세핀은 황후의 자리에 올라 전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제야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 여자인지를 실감하며 흡족해했다. 그녀 특유의 눈빛으로 나폴레옹에게 황홀한 키스를 전하며 그동안 그에게서 받았던 사랑에 버금가는 나긋나긋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폴레옹은 애처가였다. 변함없이 그녀의 욕조에 장미 꽃잎을 가득 띄워주었고, 장미향수를 자주 선물했으며 죽어서는 제비꽃 향수를 풍기던 그녀를 생각해서 무덤가에 제비꽃을 심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폴레옹은 죽을 때까지 그녀의 매력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하지 못했다. 다만 "그녀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는 말을 친구들에게 한 것이 전부다.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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