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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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신문
  • 승인 2008.06.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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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조선의 지성과 현실을 읽는다
다시 발견하게 되는 율곡의 진면목

▲     © 독서신문
조선시대 학자 관료는 대부분 과거를 보아 출사하는 과정에서 책문을 한두 편쯤 남겼다. 물론 책문이나 대책을 전혀 남기지 않은 사람도 많고 대여섯 편 이상 되는 책문이나 대책을 남긴 사람도 더러 있다. 정조대왕은 책제만 80여 편을 출제했고, 짤막한 대책을 수십 편 남긴 사람도 있다.

하지만 조선유학의 최고봉이라 할 이황과 쌍벽을 이루었던 율곡 이이(1536~1584)처럼 다양한 분야와 고른 수준의 책문을 남긴 사람은 거의 없다. 그의 책문은 17편인데, 순수한 형이상학, 철학, 자연과학 분야에서부터 인간의 생사문제, 수명의 장단, 기도 등 지극히 개인적인 존재의 문제와, 국가가 당면한 구체적인 현실의 폐단을 해결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주제가 다양하다.

율곡은 자기 시대를 ‘중간의 쇠퇴기’, ‘원기가 다 빠진 노인’,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이 낡은 집’으로 비유하면서, 개혁이 시급하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역설했다. 그 당시 조선은 안으로는 개국 이후 거듭된 정변으로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갖가지 조세와 노동력의 착취로 생산을 담당하는 농민층이 무너지고 있었다.

또 밖으로는 국제질서를 중재하던 명이 쇠퇴하고 여진족이 세력을 키우고 있는데다가, 잦은 왜구의 침입과 일본의 통합이 점차 가시화되어가는 등, 국제 정세가 급격히 변하고 있어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특히 그의 시대에 조선사회는 건국 시기의 참신성과 혁신성이 사라지고, 정책의 폐단이나 토지제도의 문란과 함께 관료의 기강이 해이해지면서 농민의 생업이 피폐해졌다. 그에 따라 향촌의 사대부 지주들은 향촌의 자치 기능을 강화하고 유교 도덕을 함양하여 지배층의 부정부패를 몰아냄으로써 사회를 안정시키려고 했다.

율곡도 이전의 낡은 질서를 변혁하고 왜곡된 가치를 바로잡아 국가와 사회를 개선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다. 이러한 경세적 관점이 실리론이다. 주자학적 실학의 실리를 바탕으로 조선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 율곡. 율곡의 책문은 이런 관심과 해결책의 결과물이다.

이 책에 실린 17가지 문제는 곧 당대의 현실이 마주친 화두였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16세기 조선의 실상과 함께 시대를 고뇌했던 한 지식인의 세계관과 우주관을 만날 수 있다.

 

<김경배 기자>

 

율곡문답

김태완 지음 / 역사비평사 펴냄 / 584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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