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불복종
시민불복종
  • 황인술
  • 승인 2008.06.1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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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술 교수     ©독서신문
법이 힘을 가지려면 정당성을 확보해야하고 정당성을 확보한 법은 법의강제력을 통해 힘을 발휘하게 된다. 법의 강제력은 얼마든지 ‘합법적 폭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정당한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법은 정당성을 가지며, 그 법이 수단으로 삼는 폭력적 수단 역시 정당성을 가지기 때문에 합법성을 가지게 됨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폭력을 쓰는 수단이 아니라 폭력을 합법화하는 법과, 법을 정당화시키는 권위의 문제로 그 권위에 불법이나 정당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시민은 혁명이나 쿠데타 또는 시민불복종의 수단을 사용해 저항하게 되어있다.

법의 효용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법은 강제력을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시민의 행위가 도덕률에 반하지 않고 규정과 법률에 따라 일치하여, 한 치의 오류 없이 실행한다면 강제력은 필요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법은 강제력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홉스의 ‘입법자는 계속하여 법이 되게 하는 사람이다’, 칸트의 ‘힘이 없이는 법도 없다’라는 말은 법의 강제성을 나타낸 말이다. 강제력은 결과적으로 ‘폭력’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민 불복종

존 롤스는 시민불복종이란 법이나 정부의 정책이나 법률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목적으로 법에 반하여 행해지는 공적이고 비폭력적이며 양심적인 정치행위로 성격상 공개성, 공공성, 의도성, 비폭력성, 위법성, 불가피성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롤스는 시민 불복종의 첫째 조건에서 중요란 것은 분명한 부정의가 있을 때이다. 롤스는 불복종의 정당성을 공정한 기회와 평등의 원칙이 현저하게 위반된 경우에 한하며, 불복종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법의 부당함에 대한 합법적 항의와 시위가 성공하지 못하고 합법적 보상수단이 의미 없다고 판단될 때 시민불복종은 정당성을 획득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시민불복종의 필요성은 효율성과도 관련이 있다. 시민불복종을 위해 불복종 운동을 벌일 경우 체제의 질서는 무너져 무질서가 나타날 수 있으며, 사회 시스템의 효율성이 심하게 침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제가 파괴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혼란에 빠진다고 판단될 때에는 시민불복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시민불복종의 정당성은 최종적으로 개인의 판단에 달려있다. 그렇다고 개인이 주관적이고 임의적인 판단을 긍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인의 가치관과 이념과 신념에 따른 판단은 헌법해석의 기본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정의의 원칙들을 벗어나면 안된다. 이러한 원칙들을 충분하게 심사숙고 한 다음 불복종이 정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때로 한정한다고 보고 있다.

시민불복종의 민주적 가치는 비록 불복종이 법률 밖의 행위이지만 사회를 건전한 방향으로 안정시키는 방법으로 행해졌을 때만 가치 있는 것이 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시민불복종 정당화

소로 - 불법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부정한 것을 지지하면 불법을 행하는 것이며, 부정의한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부정의한 국가의 불법을 지지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국가가 부정의한 정책이나 법을 시행하려 한다면 시민은 저항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저항의 방식은 정중해야하고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

마틴 루터 킹 - 법에 부정의가 존재하는가 안하는가를 결정하는 기준은 인격을 심하게 훼손하는 경우, 不偏不黨(불편부당 : 어느 편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공평함)하지 않는 경우, 모두가 인정하는 대표기관이 제정하지 않은 경우, 법은 정당하지만 그 적용이 朝令暮改(조령모개 : 법령을 자주 뒤바꿈. 또는 법령이 자주 뒤바뀜)하여 공평하지 않은 경우이다.

이때 협상은 다각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가치관과 이념과 신념에 비추어 문제의 법이 부정의한가를 판단해야 하며, 불복종의 행위는 비폭력적인 행동이어야 한다. 불복종 행위를 할 때는 투옥될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존 롤스 - 법의 부정의함이 일정한 한계를 넘어가야 하며, 한계를 넘어가기 전까지는 복종해야 한다.

법이나 정책이 현저하게 정의롭지 못하며, 그 상태가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된 경우에 한하며, 이때 저항하는 것은 정당하다. 때문에 실제적으로 분명하게 정의를 위반한 경우에 한정되며, 사소하고 불분명한 위반은 시민불복종에 해당 되지 않는다. 이러한 부정의함이 있다면 나와 마찬가지로 다른 시민들 역시 불복종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때 불복종행위는 합리적으로 행해져야 되고, 불복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이성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시민불복종과 처벌

시민불복종 시 처벌감수는 중요하다. 이는 근본적으로 반정부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정부 권력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시민불복종을 주장하면서 처벌을 받게 되는 상황에 빠지면 정부에게 사법적 면죄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것은 시민불복종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시민불복종은 모든 영역의 문제를 넘어 개인의 내면 문제이다. 따라서 정치적 도덕성이 아닌 개인의 가치관과 이념, 신념, 양심, 정의감 등은 강조되어야 한다. 부득이 하게 시민불복종을 처벌하려 할 때는 국민에 의한 처벌인 배심원제가 필요하다. 시민불복종은 민주시민의 기본 권리이다. 이 권리를 정부(사법부)가 심판한다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다.

또한 시민불복종에서 비폭력은 더 이상 필수요소가 아닌 선택이지만 폭력의 사용은 매우 신중하게 행해져야 하며 이에 대한 처벌의 판단은 국민이 해야 한다. 반정부 행위인 시민불복종에 정부가 심판 한다는 것은 모순이기 대문이다. 

 
법은 반드시 준수 되어야하는가

관습이나 도덕 및 종교 규범에 비하여, 법은 그 내용과 집행 및 제재의 방법을 명확하게 제도화시켜 놓은 규범이다. 특히 법은 국가에 의해 강제되며, 주로 인간의 외적인 행위를 규율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회 규범은 사회가 분화함에 따라 단순하던 내용이 복잡해졌으며, 사적인 제재에서 공적인 제재의 방향으로 변천해 왔다. 특히, 인구가 급증함으로써 사회가 복잡해지고 국가의 역할이 확대된 현대 사회에서는, 강제성을 지닌 법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법과 사회>(교학사) 9~10쪽
 

준법정신이 필수적이다. 국민의 약속으로 성립된 법을 국민 스스로가 지키지 않는 것은, 사회를 혼란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존립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 준법정신이 모든 법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정법에는 그릇된 법이 존재할 수 있고, 또 악법으로 규정되어 국민의 저항에 의해 폐지 또는 개정되었거나, 그렇게 요구되고 있는 법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법의 준수와 함께 그릇된 법을 찾아내고, 이의 시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올바른 법의식의 표현이다.

―<법과 사회>(교학사) 185쪽


 

시류에 편승하는 자들에게

▲     © 독서신문
점점 더 심해지는 압제 시대에 자기 빵을 잃지 않으려고 많은 사람들은 결심했다. 착취를 유지하려는 정권의 범죄에 대해 더 이상 진실을 말하지 않으며 정권의 거짓말을 유포하지도 않기로, 즉 어떤 것도 드러내지 않으면서 어떤 것도 변명해 주지 않기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그저 거듭 확인하는 것 같다. 심해져 가는 압제 시대에도 자신의 위신을 잃지 않으려고 그런 결심을 했다고.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의 빵을 잃지 않으려고 결심했을 뿐이다. 그렇다. 어떤 허위도 말하지 않으려는 그의 결심은 이제부터 진실에 대해 침묵하는 데에 쓰인다. 물론 이것은 아주 잠시 동안만 이행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저들이 공직이나 편집진에서, 실험실이나 공장에서 어떤 거짓말도 내뱉지 않는 사람들로 보여지는 이 기간에도 저들의 해독성은 이미 시작되었다. 말하자면 피비린내 나는 범죄를 보고서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는 자는 저들에게 당연하다는 인상을 풍겨준다. 그는 무시무시한 범죄를 비처럼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비처럼 어찌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긴다. 이렇게 그는 침묵을 통해 이미 범죄자를 지원해 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내 그는 깨닫게 될 것이다. 자신의 빵을 잃지 않으려고 진실에 대해 침묵해야 될 뿐만 아니라 거짓말을 해야 된다는 것을. 압제자들은 자신의 빵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는 자를 못마땅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에게 정말 아무 것도 주지 않았고 그에게서 그저 아무 것도 빼앗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매수당한 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찬사만 늘어놓는 연사가 권력자들의 식탁에서 일어서며 주둥이를 벌릴 때 이빨 사이로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가 보이면, 사람들은 그의 찬사를 미심쩍게 듣는다. 그러나 어제까지도 독설을 퍼부어 승리의 향연에 초대받지 못한 자의 찬사는 값어치가 더 있다. 그는 그래도 박해받는 자들의 벗이다. 그들이 그를 알고 있다. 그가 하는 말은 존재하며, 그가 하지 않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그가 말한다. 그것은 압제가 아니다. 가장 좋은 것은 살해자가 살해당한 자의 형제를 내세우는 것이다. 그의 형제를 때려죽인 건 기왓장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살인자가 매수한 그 형제를. 물론 단순한 거짓말은 자신의 빵을 잃지 않으려는 자에게는 오랜 동안 계속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와 같은 방식의 거짓말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빵을 잃지 않으려는 모든 이들의 무자비한 경쟁에 그는 신속히 빠져든다. 의지는 더 이상 거짓말로 충족되지 않는다. 능력이 필요하고 열정이 요구된다. 빵을 잃지 않으려는 소망은 특별한 기술을 통해 그지없이 무의미한 수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대단한 것을 말하려는 소망과 뒤섞인다. 게다가 그는 압제자들에게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더 많은 찬사를 던져야 한다. 그는 과거 언젠가 압제를 거슬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을 알고 있는 자들이 가장 지독한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단지 누군가가 다가와 과거의 정직성과 한 때의 품위를 그들에게 확인시킬 때까지만 유지될 뿐이다. 그때서야 그들은 자신의 빵을 잃게 된다.-브레히트 (193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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