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함
견고함
  • 황인술
  • 승인 2008.06.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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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     ©독서신문

고대의 아고라(아고라조:모이다)를 다시 재현해 낸 디지털 공간은 촛불집회를 확산시켜 나갔다.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 사람들의 모임이나 모이는 장소인 독특한 정치 광장과 시장을 겸한 장소를 말한다. 그 주변에는 관청과 신전(神殿) 등 공공건물이 많이 세워져 있었다. 아고라는 아테네를 지배하고 있던 지배자와 보통의 시민들,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진 사상가들이 서로 이 곳 저 곳을 거닐며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표현했던 직접민주주의 표현장으로, 모든 시민들이 자신과 이웃의 삶과 아테네라는 공동체 건설을 위해 몇날 며칠을 토론하며 갈등과 분쟁의 해법을 찾게 해준 학습공간으로 이용되었다. 이러한 직접민주주의를 체험하고 학습하였던 공간인 아고라는 틈만 있으면 독재자나 군주들로부터 왜곡, 훼손, 파괴의 유혹에 노출 될 수밖에 없었다. 포악한 독재자는 극명하게 아고라를 싫어했으며, 시민들의 학습을 두려워했었다.

와이브로로 무장한 호모모빌리쿠스는 고대 아고라를 옮겨 놓은 듯 원격 민주주의를 현실공간에 만들어 나갔던 것이다. 드림 소사이어티사회가 열리는 모습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서 세계최초로 목격한 것이 그 것이다. 이 놀라운 역사적인 장면은 노트북과 와이브로, 소형 카메라로 실시간 방송하는 개인미디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를 이용해 경찰의 폭력 진압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했던 것이다. 1인 미디어의 신속성, 즉시성, 이동성이 시민의 권리를 되찾도록 해 준 최대의 지원군이 되었다. 이는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성숙된 시민 권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일대 대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세계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시민주권 시대, 시민의 승리, 직접민주주의를 실현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인터넷과 사이버공간이 등장하자 직접 민주주의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많은 식자들은 전망했으며 강원택 교수는 『한국정치 웹2.0에 접속하다』고 말하고 있다. 인터넷 특성인 상호 소통성, 상호 작용성과 웹 2.0 특성인 참여, 공유, 개방으로 인해 정보를 폐쇄적으로 생산, 축적하여 일방향의 정보 공급과 소비였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직접 정보와 지식을 생산, 유통하여 직접 참여하는 능동적 정치참여의 공간을 열어 시민사회를 강화하고 정치제도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호 소통, 상호 작용으로 참여, 공유, 개방이 자유롭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은 구술성이다.

구술성은 informal language(말)로 storytelling을 뜻한다. story는 이야기 tell은 multimedia, ing는 현재진행을 나타내는 말이다. 영상과 게임에 익숙한 informal language세대는 storytelling으로 소통하는 호모루덴스이다. 구세대와 다른 유전자를 지닌 이들은 시위광장과 거리 곳곳에 난장을 열어 카니발을 즐겼다. 바흐친은 카니발을 노동과 음식의 관계에서 찾고 있다. 음식과 노동이 분리되는 것을 비판했던 것이다. 분리는 인간과 세계를 분리하고 상호관계를 잃어버림을 뜻한다. 이러한 분리는 부르주아적, 사적인 육체, 개별적이고 이기적인 육체를 만든다. 한 몸 안에 음식의 육체, 노동의 육체는 그로테스크한 육체가 아니라 노동과 음식, 노동과 물질, 인간과 세계로 두 개의 몸이 혼성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카니발은 만들어져 있는 질서에서 나오는 지배의 논리로부터 일시적 해방을 찬양하고, 모든 위계질서, 특권, 규범, 금지를 정지시켜 도덕, 규율, 통제에 저항하는 육체의 즐거움으로 인간과 세계를 분리하지 않고 상호관계를 유지하면서 생성과 재생, 생성하는 육체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사회적 관계를 결속시키지만 경제를 중요시하는 시장 체제는 경제관계로 채권자와 채무자로 묶어놓아 사회적 위계질서를 공고히 하는 일(work)로 나타난다. 노동과 음식의 관계를 무시하고 일을 중시하는 사고로 너무 서두른 나머지 이 둘을 분리시켜 미국산 쇠고기 협정을 쉽게 했기 때문에,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로 묶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미 꼬인 정국은 답답하게 돌아가고 있다. 국민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견고함을 부수고 민심의 현장으로 내려와 허심탄회한 소통의 장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황인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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