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추리소설
여름과 추리소설
  • 관리자
  • 승인 2006.07.0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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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흔히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오곡이 풍성하게 무르익고 들판에는 한해걸이를 수확하는 농부들의 풍년가가 을퍼지며 찌는 듯한 무더위가 한풀 꺾여 사람들의 마음속에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그러한 여유로움이 바로 책읽기의 즐거움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 법칙도 변하기 나름이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명제는 이제 출판가에서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법칙이다.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가을은 더 이상 풍요로움이나 여유로움의 계절이 아니다. 그러한 여유로움은 이제 휴가철이라고 부르는 여름이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인지 책도 여름에 집중적인 판매가 이루어진다. 졸업과 입학을 앞둔 겨울과 방학과 휴가가 맞물리는 여름이 출판가 최대의 성수기이다. 특히 여름은 휴가철을 맞아 서점을 찾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이들에 의해 여름 출판가는 활력을 되찾는다. 특히 소설 같은 문학서적이 잘나간다.

 그중에서도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의 판매가 늘어난다. 그래서 여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름에는 왜 추리소설이 잘나갈까? 누구나 한번쯤 품어 봤을만한 의문이다. 혹자들은 무더위를 잊게 할만한 오싹함과 공포스러움에서 찾는다.

 인간심리 묘사와 치밀한 사건전개도 책을 손에서 띄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이 인간이 내면적으로 가지고 있는 원죄의식이나 공포감, 파괴감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여름에는 남량특집이라는 이름으로 공포영화나 드라마도 한몫 거든다. 그래서 인지 여름은 온통 추리와 공포라는 이름으로 가득찬다. 하지만 반드시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이 여름을 장악한다고 볼 수 있을까.

 최근의 직장인들은 바쁜 하루하루 일과를 되풀이한다. 1년 열두 달, 주말과 공휴일, 휴가 등을 제외하고는 다람쥐 쳇바퀴의 일과를 되풀이하고 있다. 퇴근 후에까지 이어지는 회사일로 인해 스트레스는 가중되며 이러한 스트레스 속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언제 이 회사를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휴가 후에 출근해보니 자기 책상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마저 있을까. 그래서 지금의 직장인들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여유로움을 가져야하는 휴가철에도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을 보는 것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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