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에서 만난 윤선도의 자취
보길도에서 만난 윤선도의 자취
  • 이병헌
  • 승인 2008.05.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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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     ©독서신문
봄의 한 가운데 남도 문학기행을 하던 중 오랫동안 벼르던 보길도에 갔다.

보길도에 가는 방법은 완도에서 출발하는 방법과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발하는 방법이 있는데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발하는 배를 탔다. 잠시 바다로 나가니 땅끝전망대가 보이고 여기 저기 섬들이 흩어져있어 마치 섬 사이를 헤치고 가는 풍경화 한 폭에 젖어드는 것 같았다.

땅끝마을을 출발 한 후 사 십분 정도 달렸을까 배가 노화도에 닿았다. 처음에는 그 곳이 보길도 인줄 알았는데 지난 2월에 노화도에서 완도로 가는 다리가 건설되어 노화도(산양)가 종점이라고 한다. 조금 의아해하면서 돌아갈 배 시간을 알아보았는데 땅끝마을까지는 30분~1시간에 한 번 여객선을 운항하니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노화도 산양 선착장에서 20분 정도 가니 노화읍이 나타나고 완도대교가 눈 앞에 펼쳐진다. 한 주민의 말에 의하면 그 다리는 8년에 걸쳐 건설되었다고 하는데 덕분에 보길도 가는 길이 그만큼 편해졌다.

다리를 건너 이정표를 확인하고 간 곳은 세연정이었다. 1992년 사적 제368호로 지정되었고 면적은 8만여㎡이다. 윤선도가 병자호란 때 왕을 호종하지 않았다 하여 유배되었다가 풀려나, 1637년(인조 13) 이곳에 들어온 뒤 1671년 죽을 때까지 7차례에 걸쳐 드나들면서 13년 동안 산 곳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의 자취가 많이 남아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보길도 하면 윤선도를 생각한다.

주차장에서 어부사시사 시비를 만난 후 길을 물어 위쪽으로 올라가니 세연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른 아침이라 입장료를 내지 않았는데 입장료를 내지 못한 것은 지난번 남해의 보리암을 갈 때와 마찬 가지였다.

세연지는 산에서 흘러내리는 개울을 판석(板石)으로 만든 보를 설치하여 둑을 조성하고 자연적으로 수위조절이 되도록 조성한 연못이었는데 주위에 아직도 동백꽃이 피어서 정취를 더해주었다. 세연지 가에 단을 조성하여 3칸짜리 정자를 짓고 세연정이라 하였다.

세연이란 주변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하여 기분이 상쾌해 지는 곳이란 뜻이다. 세연정(洗然亭)은 부용동 정원에서도 가장 공들여 꾸며진 곳이며 원형이 가장 잘 남아 있는 곳이다.

그곳은 서석지와 소쇄원과 함께 한국의 3대정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잘 꾸며져 있었고 그 안은 작은 성 처럼 느껴져 한참동안 머물고 싶었다. 그 옆에 초등학교가 있어 아이들이 드나들은 흔적으로 담이 조금 흩어진 모습도 있었지만 여름에 그 곳에 앉아서 바둑을 두거나 시를 지으면 저절로 시어가 흘러나오리라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자연경관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점점이 드러난 세연지의 자연적인 곡선미와 축대로 둘린 회수담의 인공미가 서로 대비되면서도 잘 어울렸다.

길을 따라 오르다가 발견한 곳은 문학 테마공원이었다.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돌아가면서 설치해서 여행객들이 읽으면서 새롭게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정자도 지어놓아서 그 곳에 쉬어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다시 길로 나와서 한참 동안 올라가니 주차장이 있고 곡수당이 눈에 들어온다. 그 곳은 지금 재건해 놓아서 여행객들을 맞고 있었다.

한 작가의 자취를 조금이라도 밟아보는 것은 그 작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문학기행을 통해서 한 작가의 삶과 문학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서 그의 혼이 서려있는 고향집이나 문학관 방문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작가의 문학세계를 읽어보고 자신의 가슴속에 새겨놓을 수 있을 것이다. 보길도에서 만난 고산 윤선도의 자취는 시간이 흘러가도 작은 메모가 되어서 평생 살아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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