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과 왜곡
추정과 왜곡
  • 김성현
  • 승인 2006.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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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월간 선한이웃 발행인)



'추정'은 '미루어 헤아려 판정함'이라는 뜻을 갖고 있고, '왜곡'은 '사실과 다르게 곱새김'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어떤 이들은 자신의 추정에 근거해 판단하고 그것을 주위에 두루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이렇게 되면 정확하지 않은 사실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확대되고 그것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사실인 양 알려지기도 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감당하기 힘들만큼 커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왜곡과 추정이 주는 악영향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으니 걱정이다.
있는 사실을 사실대로 전달하는 것이 기사의 본질이라면 그에 대한 해석과 판단을 넣어서 주장하는 것은 논평이나 사설의 영역이다. 영역을 지켜가며 사실에 대해 전달하고 해석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제 기능을 한다면 국민들에겐 참 좋은 기재가 될 터이다.
기사는 아니지만 내가 듣거나 본 여러 일 가운데 추정에 의한 왜곡이 도를 넘어선 것들이 있으니 가령 이런 것이다.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단의 유니폼이 김일성과 인공기를 상징한 것이라는 한 인물의 주장이 그렇다. 유니폼의 전체 디자인은 인공기를 변조한 것이며, 유니폼 상단의 로고인 호랑이 문양은 김일성의 별명이 '백두산 호랑이'인 것에 비추어 북한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축구협회 로고는 김대중(전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그 이유는 바로 남한이 북한의 위성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대단한 추정이고 대담한 왜곡이다. 이런 허무맹랑한 주장이 국민들에게 그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라 짐작하지만 예상외로 일부에서는 근거있는 해석이라 받아들이기도 하는 모양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런 대담한 왜곡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하는 세상을 사는 우리는 언론의 자유에 대해 감사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제되지 않은 주장을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분노해야 할지 고민이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도를 넘어선 왜곡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다.
때로 민주화된 시대의 혜택을 오히려 탄압하던 이들이 더 누리는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욕설과 비아냥, 왜곡이 횡행해도 입을 막을 수 없는 시대를 사는 지혜는 눈 딱감고 참는 것이어야만 하는 것이지 가끔 의문이 든다.
놀라운 왜곡과 대담한 주장에 대해 국민의식의 승리로 극복할 수 있는 정도라 치부할 수 있는 대담함이 내게 없음이 아쉽기만 하다. 그나저나 왜곡이 밝혀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그 답답한 시간을 어찌 지낼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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