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 마음속에 마르지 않는 우물을 파라
우리는 주역하면 보통 점을 떠올린다. 주역은 원래 제사와 점을 치는 일을 관장하는 무당과 사관들이 점을 치는 일 또는 역사 자료와 생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를 담은 기록들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주역은 점이다’라는 명제는 타당하다.
하지만 주역이 점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상수역학과 의리역학으로 나뉘어 발전해 온 역학의 역사를 통해 주역이 ‘우주 운행의 변화’에 관한 점서이면서 동시에 ‘인간과 역사의 변화’에 관한 경전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주역은 점에서 비롯되었지만, 유학자들에 의해 거듭 해석되면서 유교 경전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해 왔다. 세상과 삶의 이치에 골몰했던 공자의 “나에게 몇 년 만 더 주어져 마침내 주역을 공부한다면, 큰 과오는 없을 것이다.”라는 고백도 이런 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다. 주역을 점서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학에서 주역을 전공한 저자는 대표적인 의리역학자인 왕필, 정이천, 양만리의 생각을 빌려 주역을 점서가 아닌 '인생의 지혜가 담긴 경전'으로 읽어내고 있다. 주역의 64괘 가운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20개 괘를 골라 그 의미와 원리를 분명히 밝힘으로써 삶의 유용한 지침이 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 백이, 한신 등 소설과 역사 속의 인물들을 사례로 제시함으로써 풍부한 이해와 읽는 맛을 더했다.
심의용 지음 / 살림출판사 펴냄 / 327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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