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두리 사구(砂丘)에서(임효상)
신두리 사구(砂丘)에서(임효상)
  • 홍윤기
  • 승인 2008.05.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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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몸짓이구나, 신두리 모래 언덕
누가 저 먼 태초로부터 보듬어
오늘에까지 고스라니 살려놓았느냐
네 품에 안기려니 하늘이 진노할까
두려워 다만 가까이서 지켜보련다 
 

무엇 하나 때묻지 않았으니 궁금하구나
금모래 속 고이 안긴 것은 무엇인지
하늘을 닮은 커단 짐승 숨쉬고 있느냐
너를 괴롭히는 심술궂은 손길 몰아내련다 
 

우리는 모두 살아야만해, 두렵구나
그대 바라보며 하늘 흐리는 검은 연기
몰아내야만 한다, 지구촌의 노다지
오늘도 신두리 모래 언덕에 맑은 하늘 빛난다


 

<이해와 감상>
 

신념 넘치는 친환경 의지

▲ 임효상 시인     © 독서신문
임효상 시인의 [신두리 사구(砂丘)에서]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시적(詩的)인 메시지는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자연 환경 수호 정신이 이미지화되어 있어 매우 감동적이다. “네 품에 안기려니 하늘이 진노할까 / 두려워 다만 가까이서 지켜보련다”(제1연 후반부)를 대하면서, 즉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북극의 얼음이 자꾸 녹는가 하면 지구는 도처에서 매일처럼 상하고 깨어지고 부서지고 있다는 두려운 현실감이다. 앞으로 시인이 노래할 아름다운 자연이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더 오래 유지될 것인지, 우리는 후손을 향해서 부끄러운 존재가 되어서 안된다는 것을 각성케 하는 것이 이 문명비평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 하나 때묻지 않았으니 궁금하구나 / 금모래 속 고이 안긴 것은 무엇인지 / 하늘을 닮은 커단 짐승 숨쉬고 있느냐 / 너를 괴롭히는 심술궂은 손길 몰아내련다”(제2연)는 메타포는 겉으로는 시니컬한 새타이어와 더불어 우화적(寓話的)인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하는 뛰어난 아포리즘(aphorism)의 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시는 역사적 시대정신을 낳는다는 t.s 엘리옷의 명언도 있지만 오늘의 시인들의 새로운 시적 시대정신은 장차 우리 문학사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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