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안 깊은 바닥 얼 실은 맥을 모아
터지는 숨결 따라 끊임없는 풀무질
한바탕 뱉는 입김에 요동치는 수평선
짐승 떼가 웅성대듯 일어서는 물너울
복받친 외침 안고 뭍으로 달려들어
휩쓸고 집어삼키리 쩍 벌리는 허연 이빨
치솟다 무너지고 부서져 거품 되어
억년의 되풀이로 밀려오고 밀려가고
갯바위 모래알 되도록 쉬지 않는 파도야
<이해와 감상>
삶의 역동적 의미 추구
모상철 시인의 [파도]는 근래 우리 시단에서 보기 드문 새로운 역동적 이미지의 신선한 현대 시조 작품이다. 오늘의 우리 시 작품들이 의욕적이기 보다는 타성에 젖거나 매너리즘에 빠진 말재주부리기에 치우치고 있어 적이 걱정스러웠는데, 모상철 시인의 심도있는 참신한 이미지의 전개는 한국 시단의 수확이라고 먼저 평가하련다. 시가 새로워야 한다는 것은 시가 살아있다고 하는 생명적인 명재(命題)이다. “가슴 안 깊은 바닥 얼 실은 맥을 모아 / 터지는 숨결 따라 끊임없는 풀무질 / 한바탕 뱉는 입김에 요동치는 수평선”(연작 제1연)에서 초장·중장·종장이 안정된 가운데 서로간에 역동적으로 이미지를 조화롭게 고조시키면서 “한바탕 뱉는 입김에 요동치는 수평선”이라는 다이내믹한 전개를 시도했다. 지금까지 바다의 수평선은 일직선의 형상 이미지였으나 모상철 시인은 일직선이 아닌 강력한 무브먼트(movement)의 시세계를 창작 도출하므로서 과감하게 종래의 관념적 틀을 깬데에 이 직품의 새로움, 즉 새 생명이 탄생하는 것이다. “짐승 떼가 웅성대듯 일어서는 물너울 / 복받친 외침 안고 뭍으로 달려들어 / 휩쓸고 집어삼키리 쩍 벌리는 허연 이빨”(연작 제2연)에서 비로소 모상철 시인은 그가 탁마한 세련된 시어 세계의 이미지로서 바다의 양상을 애니멀라이제이션(animalization), 즉 동물화시키는 고도의 수법을 발휘하여 더욱 주목시킨다. 즉 시가 새롭다는 것은 이와 같이 지금까지 남이 다루지 않은 메타포의 창출인 것이다. 모상철 시인의 [파도]는 우리 문학사에서 반드시 높게 평가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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