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찾아오는 새로운 생태계
자연이 현대인에게 내미는 친교의 손길
자연이 현대인에게 내미는 친교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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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자연은 언뜻 볼 때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에서 본래 그 자리를 차지하던 먹이사슬로 엮어진 생물들의 군락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사슬의 단계를 월등히 초월하는 인간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고 있는 우리는 ‘자연’을 접하기 위해 도시를 벗어나 산이나 어딘가의 들판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도시는 우리 생각처럼 삭막하지 않다.”
미국 메인주의 사우스포틀랜드 근교에서 살고 있는 저자, 한나 홈스는 단지 자신의 잔디밭을 관찰하며 예기치 못한 많은 동식물들을 발견한다.
얼룩다람쥐, 마못, 스컹크, 까마귀, 기러기, 주머니쥐, 벌새, 찌르레기, 너구리, 사슴까지 셀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동물들과 뒤영벌, 바구미, 쥐며느리, 거미, 개미, 파리, 톡토기, 귀뚜라미를 포함한 수십종의 곤충, 떡갈나무, 옻나무, 산벚나무 등 그의 잔디밭에 거주하는 생명의 규모는 놀랄 정도다.
‘땅이 넓은 미국이니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사람이 사는 마을에 너구리나 고라니, 멧돼지 등이 출몰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아파트 곳곳에 집을 짓는 제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도시라는 새로운 환경에 동물들이 적응하면서, 그리고 생태의식의 확산으로 녹지가 늘어나며 동물들이 돌아오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동거가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돌이켜 보면 가로수 밑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개미들의 모습이나, 조금만 번화한 곳에 나가면 볼 수 있는, 최근엔 소위 ‘닭둘기’라 부르는 날지 않는 ‘비둘기’들만 해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도시에 적응한 생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긍정적이지는 않다. 최근 도시 생태계에서 동물들이 번성하고 있다고 해도 모든 생물들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뒤뜰에는 북 아메리카 토종 생물이 별로 없다. 그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많이 있는 생물은 유럽종과 아시아종이다.
저자의 입장에서 아시아에서 온 생물들이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골치 아픈 손님이라면 반대로 우리에게는 북아메리카에서 온 생물들이 그렇다. 미국자리공, 서양 민들레, 황소개구리, 베스, 붉은귀거북 같은 종들은 분명 다시 도시로 돌아온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어두운 그림자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분명히 사람들은 동물과의 교제를 열망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생각 없이 쫓아냈던 그들은 어느 샌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이제 다시 그들을 쫓아낼지, 아니면 ‘가족’이 될지는 우리가 그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 가에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 풀 위의 생명들 : 도시 근교 자연의 세계
한나 홈스 지음 / 안소연 옮김 / 지호 펴냄 / 372쪽 / 17,000원
<유병철 기자> dark@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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