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우리에게 해외 원정 첫 승의 재물이 되고 탈락한 토고의 경우 우리나라와의 경기일을 임시 국경일로 지정할 정도니 오죽하겠는가. 기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거 월드컵에 참여한 것 자체만으로도 모든 관심과 화제를 월드컵에 돌릴 만큼 위력을 떨쳤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의 경우는 이러한 관심과 화제가 최고점에 다다른 때였다. 거리는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붉은악마로 가득했으며 imf 경제위기 이후 위축되었던 국내경기 활성화에도 어느 정도 기여를 했으니 말이다.
우리가 이렇게 월드컵에 열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풀리는 것이 없다.
특히 경제면의 경우 아직도 실업자 수는 줄어들 줄 모르고 상인들도 장사가 안 된다고 울상이다. 서민경제는 바닥을 헤매고 있으며 이러한 경기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안타깝기만 한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국민들 대다수가 다른 곳에서 그러한 응어리를 찾을 수밖에 없고 그 응어리가 바로 월드컵을 통해서 붉은악마란 이름으로 분출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월드컵에 모두가 집중하다보니 그나마 상대적으로 특수를 누리는 업종도 있다.
업체난립과 소비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던 치킨집과 호프집이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으며 붉은옷을 만드는 봉제공장도 기계를 풀가동하여 물건생산에 열중이 없을 만큼 호황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반면 문화가나 서점가는 울상이다.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이들 업종에 대한 관심은 줄어드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이라는 축구경기가 우리들의 동적 감성을 부추긴다면 책이나 문화상품은 우리에게 정적인 감성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변했다. 과거 우리나라는 정적인 부문이 강했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이러한 정적인 부분보다는 동적인 부분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역동성 있는 한국,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구호가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이러한 동적인 감흥만이 좋은 것일까.
스포츠에 열광하고 월드컵에 열광하며 우리스스로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도 좋지만 정서적인 안정을 통한 자기계발과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