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오세암
[책과 영화]오세암
  • 관리자
  • 승인 2006.06.1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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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에서 동화로, 그리고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오세암은 실제로 존재하는 백담사의 부속암자다. ‘관세음보살이 언제나 함께 있는 도량’이라는 뜻의 관음암이라는 이름을 1643년에 설정(雪淨)이 오세암으로 바꾸었는데, 이름이 바뀐 것에 대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전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설정이 고아가 된 형님의 아들을 이 암자에서 키웠는데, 어느 날 월동 준비를 위해 조카는 암자에 남겨두고 혼자 양양까지 다녀와야 했다. 혼자 있을 4살의 어린 조카를 위해 며칠 동안 먹을 밥을 지어놓고, 조카에게 밥을 먹고 난 뒤 법당에 있는 관세음보살상에게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이라고 부르면 잘 보살펴줄 거라고 일러주고 암자를 떠났다. 그런데 설정은 밤새 내린 폭설 때문에 이듬해 눈이 녹을 때까지 암자로 돌아갈 수 없었다. 눈이 녹자마자 암자로 달려간 설정은 법당에서 목탁을 치면서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있는 조카를 보게 된다. 어찌된 연유인지 까닭을 물으니 조카는 관세음보살이 때마다 찾아와 밥도 주고, 재워 주고, 같이 놀아주었다고 말한다. 그때 흰 옷을 입은 젊은 여인이 관음봉에서 내려와 조카의 머리를 만지며 성불(成佛)의 기별을 주고는 새로 변하여 날아갔다. 이에 감동한 설정은 어린 동자가 관세음보살의 신력으로 살아난 것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암자를 중건하고 오세암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리고 동화작가 정채봉은 이 전설을 바탕으로 단편 동화『오세암』을 썼다. 동화는 다섯 살 난 아이가 부처님이 되었다는 전설을 큰 기둥으로 하고 인물과 에피소드를 조금 더 덧붙였는데, 전설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또한 저자 특유의 소박하고, 순수함이 묻어난 단어 하나하나와 문장 하나하나는 독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동화에는 개구쟁이 꼬마 길손이와 그의 누이인 눈을 감은 소녀 감이가 나온다. 그들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엄마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데, 서로를 의지하고 아끼는 모습이 너무나도 예쁘다. 길을 지나던 스님은 추운 겨울에 아이들이 길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절로 데려간다. 감이는 절에서 어른들의 일을 도우며 제 밥벌이를 하지만, 길손이는 온갖 말썽을 부리며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절을 소란스럽게 만든다. 스님은 자신의 공부를 위해서 작은 암자로 올라가게 되는데, 길손이는 마음의 눈을 뜨게 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스님을 따라간다. 어느 날 스님은 양식을 구하기 위해 길손이만 암자에 남겨두고 마을로 내려가는데, 큰 폭설이 내려 암자에 돌아가지 못한다. 눈이 빨리 녹지 않아서 한달이 훨씬 지난 후에야 감이와 같이 암자로 돌아가게 된다. 서둘러 올라간 암자에는 관세음보살의 보살핌을 받아 부처가 된 길손이 있다. 그리고 감이는 눈을 뜨게 된다.
 



동화『오세암』은 2003년에 75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났다. 애니메이션은 동화에 매우 충실한데, 엄마에 대한 사연을 조금 더 추가했다는 점이 다르다. 감이와 길손이의 엄마는 집에 불이나 세상에 없지만, 이 둘은 세상에 없는 엄마를 찾기 위해 끝없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감이는 길손이에게 차마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몰래 마음 아파하는데, 이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잔잔하기만 했던 이야기가 좀 더 가슴 찡해진다.
 
“누나, 아줌마 셋이가 대웅전에서 절을 하고 있어, 복 달라고, 명 달라고 비는 거야. 할머니 둘은 또 탑을 돌고 있어. 저 할머닌 뭘 달라고 저럴까? 극락 가게 해 달라고 그러겠지? 부처님도 참 성가시겠다. 그지, 누나? 사람들이 자꾸자꾸 조르기만 하니까. 나 같으면 부처님을 좀 즐겁게 해 드리겠는데...... 에이.....” ,  “누나, 꽃이 피었다. 겨울인데 말이야. 바위 틈 얼음 속에 발을 묻고 피었어. 누나, 병아리의 가슴털을 만져 본 적이 있지? 그래. 그처럼 꽃이 아주아주 보송보송해. 저기 돌부처님이 입김으로 키우셨나봐.”처럼 길손이의 순수함이 묻어난 동화 속의 아름다운 대사를 영상으로 다시 보는 즐거움이 꽤 크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가 설화에서 동화로, 그리고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길손이의 순수함 때문일 것이다.


독서신문 14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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