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대로 놀지 않아야 한다
생긴 대로 놀지 않아야 한다
  • 김혜식 수필가/前 청주드림 작은도서관장
  • 승인 2024.10.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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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前 청주드림 작은도서관장
김혜식 수필가/前 청주드림 작은도서관장

흔히, 인상으로 인간 됨됨이를 가늠한다고 한다. 인상에 인격이 담겨 있다는 말도 있다. 이 때문에 첫인상을 중시하나 보다. 하지만 요즘 이것도 의미 없는 말이 되었다. 현대 사람치고 예쁘고 멋지지 않은 사람 없다. 너무 자극적인 비유를 하는 것 같을지 모르나, 소위 못생긴 살인자 없고, 말 못 하는 사기꾼 없기에 하는 소리다. 즉 이 말은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만으론 상대방을 정확히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는 의미도 내재돼 있다.

도형의 모양을 나타내는 한글 명사에 ‘꼴’이란 말이 있다. 이 꼴이 ‘사람이 지닌 외모’를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외모지상주의 유행에 맞추어 본다면 이 꼴이 절대가치 값 역할을 하곤 한다. 그래 부모로부터 이것을 잘 타고난 사람은 반출세 길에 진입한 행운아라면 지나칠까. 

오죽하면 “잘생긴 외모는 백만인의 추천장보다 더 낫다.”라는 말도 회자될까. 서울의 강남 압구정이라는 동네에는 성형하는 고급병원이 한 집 걸러 성업 중이란다. 예로부터 5복이라 하여,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을 제일로 꼽아 오래살고, 부유하고, 건강하고, 도덕 지키기를 낙으로 삼아, 제 명대로 살다가 편하게 죽기를 원했다. 이젠 이 5복에 미(美)를 추가시켜 6복(福)을 만들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아름다움이란 좋은 것이다. 성형을 거치지 않은 아름다움은 더더욱 좋다.

이런 연유로 관상학 논리를 빌리자면 ‘꼴대로, 생긴 대로 논다.’라는 말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언젠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모 방송국의 다큐드라마 속 인물 인상에서 그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어쩌면 한결같이 풍기는 인상이 전형적인 사기꾼, 아니면 사악한 자의 인상일까. 황혼의 로맨스로 인해 패가망신한 어느 노인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이어서 대중적 인기도도 높았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게 실제 인물이 아닌 탤런트가 대역하는 경우이기에 진실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말이다.

결혼을 빙자하여 노인들로부터 거액을 갈취하고, 끝내는 비명횡사한 여인의 사진 속에는 귀티란 찾아볼 수가 없다. 교활, 간교, 천박함이 외양을 두루 싸고 있을 뿐이다. 외형상의 꼴이야 부모님이 점지해 준대로 물려받는다. 하지만, 언행은 얼마든지 개조할 수 있잖은가. 성형으로 타고난 운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이 관상학의 근본 원리이고 보면, 성형은 단순한 미적 추구일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성형 만능 사조에서 빨리 벗어남도 개성 추구이다.

이로 보아 진정한 미는 외형이 아니라 내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격을 도야하고, 수양을 닦아 미덕을 기르는 일이 내면적 미의 근본임을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사람을 보고 사람을 믿었는데, 이제는 사람의 행실을 보고 사람을 믿고 싶다.” 어느 높은 정치가가 한 말이 새삼 떠오르는 요즘이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다. 오죽하면 링컨 대통령은 “ 40대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했을까. 또한 언행 역시 행하는 사람의 인품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얼마 전 지인에게 하루는 삶 속에서 겪는 애로 사항을 하소연했다. 이때 그는 교묘한 언어로 필자에게 불쾌한 감정을 안겨줬다. 말인즉, 필자가 지인에게 허심탄회하게 쏟아낸 하소연 중에 어느 사안에 대하여 전적 공감하는 척하며 부정적인 언사를 구사한 게 그것이었다. 말이란 그야말로 ‘어’ 다르고 아‘ 다르잖은가. 그러고 보니 그 지인 인상이 매우 얍삽하고 음흉하게 생겼다며 주위에서 관계를 끊으라고 조언했던 게 문득 떠올랐다. 당시엔 그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필자는 도형의 구조 학에 약한 터라, 미적 계산엔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관상학에 관심이 많다. 지인의 언행을 대하며 주위 사람 말이 맞는 말이라면 과연 사람은 생긴 대로 행동하는 게 사실인가보다. 과년한 딸을 두고 있으니, 관상학에 관심사가 없을 수 없다. 사위 될 사람의 관상은 아무래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그야말로 ‘생긴 대로 놀지 않을 사람.’이라는 지혜로운 판별을 위한 독심술을 이제라도 터득해야 할진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듯하다.

이참에 필자 또한 새삼 마음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 볼까 한다. 타인이 겪는 고통에 희열을 느끼고, 행복에 시샘하며 곤경에 빠트리는 언행을 행한 적은 없었는지 가슴에 손 또한 얹어봐야겠다. 적어도 타인은 지옥이란 말은 듣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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