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역주행으로 번지는 ‘흑백요리사’ 열풍
‘책’ 역주행으로 번지는 ‘흑백요리사’ 열풍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10.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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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가 나머지 두 개의 에피소드를 모두 공개하며 치열했던 요리 계급 전쟁을 마무리했다. 이 시리즈는 100명의 셰프들이 출연해 요리 경쟁을 펼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백수저와 흑수저로 구분되는 유명한, 그리고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요리사들이 오로지 맛으로만 평가받고, 맛으로만 대결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에피소드가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출연자들을 향한 관심과 더불어 셰프들의 음식을 직접 맛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가운데, 이러한 ‘흑백요리사’의 열풍은 서점가로 그대로 이어졌다. 예스24에 따르면 요리 분야 도서 판매량은 프로그램의 인기와 함께 성장세로 전환했으며, 출연 셰프들의 저서 판매는 9월에만 전월 대비 93.2% 증가했다.

최강록 셰프 도서. [사진=예스24]
최강록 셰프 도서. [사진=예스24]

먼저 방송 직후 가장 주목받는 셰프 중 한 명인 최강록 셰프는 레스토랑 예약 앱의 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하면서 도서 판매로까지 그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3년 출간된 『최강록의 요리노트』는 프로그램 방영 이후 전원 대비 1278.6% 판매량이 수직으로 상승하며 13배 가까이 판매가 급증했다. 또한, 최강록 셰프가 직접 번역과 감수를 맡은 『돈가스의 기술』은 160%, 『조리법별 일본 요리』는 140% 판매량이 오르며 스타 셰프의 위상을 보여줬다.

'흑백요리사' 셰프들에게 영감을 준 만화책. [사진=예스24]
'흑백요리사' 셰프들에게 영감을 준 만화책. [사진=예스24]

셰프의 저서뿐만 아니라 셰프들이 요리 영감을 받았다고 직접 언급한 만화책들도 연일 화제다. 흑수저 요리사로 출연한 조광효 셰프는 만화책을 통해 요리를 시작했다는 특별한 스토리를 전하며, 일명 ‘만찢남’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특히 조광효 셰프가 언급한 만화책들은 해당 회차 이후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예스24 집계 결과, 만화책의 내용이 경연 요리의 모티브가 되며 화제에 오른 『철냄비짱!!』은 9월 전월 대비 판매량이 16배 늘었으며, 『맛의 달인』, 『신 중화일미』 역시 판매량이 상승했다.

백종원, 남정석, 에드워드 리 셰프의 저서. [사진=예스24]
백종원, 남정석, 에드워드 리 셰프의 저서. [사진=예스24]

믿고 보는 셰프들의 저서 또한 인기를 끌고 있다.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백종원은 수많은 패러디 영상이 등장할 만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그의 저서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애장판』은 9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10.4% 상승했다. 이외에도 백수저 남정석 셰프의 『매일 만들어 먹고 싶은 식사샐러드』,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의 『Buttermilk Graffiti: A Chef's Journey to Discover America's New Melting-Pot Cuisine』, 딤섬의 여왕으로 불리는 정지선 셰프의 『차이나는 요리』, 푸드 칼럼니스트이자 셰프인 박준우의 『식탁 위의 작은 순간들 Petits Moments a Table』 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워낙 높아 한동안은 책의 인기 역시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시청자들이 독자로 이어질 수 있었던 건, 프로그램 속 셰프들이 한 분야에서 끝을 본 사람이라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 갈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본 사람인지는 그의 삶에 녹아 드러난다. 그가 모두에게 알려진 유명한 사람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 이것이 ‘흑백요리사’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급식의 대가가 선보인 정직한 한 판의 급식, 한식의 장인이 선보인 깊이 있는 곰탕 한 그릇, 묵은지라는 낯선 식재료를 마주한 미국 출신 셰프가 선보인 샐러드 한 접시, 조림의 대가가 보여주는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무조림까지. 방송을 본 이들이라면, 한 그릇 접시에 담긴 요리는 셰프의 요리 철학, 그 자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 셰프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요리와 식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또 어떤 음식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셰프들의 레시피를 따라 해보고, 그들에게 영감을 준 도서를 찬찬히 훑어보면서 프로그램의 여운을 더 음미해 보는 것도 좋겠다.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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