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한 편을 쓰는데 약 8개월간 자료 조사를 하고, 그 뒤 2주 동안 하루에 겨우 500 단어씩 쓰면서 취재원을 만나고 정리하면서 보내는 기자가 있다? '뉴요커'의 존 맥피라는 기자 얘기다. 공학자이자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칼 뉴포트는 책의 도입부에서 그를 소개하며 '생산성'에 대한 정의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과거의 '컨베이어의 속도를 올리면 생산물이 늘어나는' 공장식 생산성의 기준을 지식 노동자에게도 그대로 적용해왔다는 것. 생산물이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 노동 장에서, 직장인들이 일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지만 눈에 잘 드러나는 잡무'에 무의식적으로 열중하게 됐다는 통찰이다. 너도나도 '번아웃'이라, 번아웃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눈치 보이는 한국 사회. 개인이 '번아웃'에 대처하는 것이 아닌, 생산성과 시스템 자체를 새롭게 사유할 때가 아닐까. 이 책과 함께.
■ 슬로우 워크
칼 뉴포트 지음 | 이은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 284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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