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관심이 자살을 막는 열쇠...‘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주변의 관심이 자살을 막는 열쇠...‘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9.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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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문학이라 일컫는 작품들을 보면 주인공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곤 한다. 젊은 베르테르 슬픔의 베르테르도, 햄릿도, 안나 카레니나도, 광장의 이명준도. 하지만 고전 문학 속 인물들과 달리, 요즘 문학 작품에서 주인공은 자살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너무 흔하게 일어나는,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일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자살 사망자 수는 총 6,39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791명과 비교했을 때, 약 10.4% 증가했다.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 수와 자살률은 지난 2013년 사망자 수 1만 4,427명, 인구 10만 명 당 28.5명을 기록한 후 2022년까지는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2023년 전체 자살 사망자 수의 잠정치가 전년대비 6.7%(864명) 증가해 1만 3,770명인 것에 이어 올 한 해 자살 사망자 수도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심각한 상황임을 전했다.

[사진=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에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 본질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지난 10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홀에서 ‘2024년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전 세계가 자살 문제에 공동의 노력과 정보를 공유하고자 제정한 ‘자살예방의 날’은 일주일간을 ‘자살 예방 주간’으로 지정해 예방과 교육 및 홍보를 위한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 13회를 맞는 이번 기념식은 ‘자살 생각하나요? 마음구조 109’를 주제로 열렸다. 자살을 생각하는 위기의 순간에 자살 예방 상담전화 109에 연락하면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또한, 기념식에서는 자살 예방 SNS 상담 서비스 ‘마들랜(당신이 힘들 때, 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이 소개됐다. 텍스트로 더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상담 창구를 확대해 누구나 24시간 카카오톡 등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상담과 소통을 나눌 수 있다.

'자살 예방' 마음 들어주는 SNS 서비스 '마들렌'. [사진=보건복지부]

한편 올해 기념식에서는 지난해 자살 예방과 생명존중에 공헌한 개인과 기관·단체가 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지역 자살 예방에 기여한 공로로 표창을 수상한 부산 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김은아 부센터장은 “자살률이 점점 높아지는 지금, 이전보다 많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그런 만큼 시민분들의 인식도 훨씬 높아졌다”며 “국가나 기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개인의 노력 역시 자살 예방에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저희 구에서는 이·미용사분들을 게이트키퍼(자살 위험 대상자를 조기에 발견해 전문기관의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자살 위험 대상자의 자살 시도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지원하는 사람)로 양성해서 자살을 예방하고 있어요. 이발소나 미용실에서는 머무는 시간이 길다 보니 대화하다 보면 사적인 얘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때로는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속 이야기를 더 잘 꺼내곤 하죠. 이·미용사분들이 이런 징후를 찾아내 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주고, 저희는 그렇게 센터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최선의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라고 자살 예방에 기여한 사례를 전하며 주변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97%는 자살 전 위험신호를 보인다고 하는 반면, 주변에서 이를 감지한 비율은 24%에 그친다는 내용이 담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김은아 부센터장은 이에 대해 “‘보고 듣고 말하기’라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만든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언어적 신호, 행동적 신호, 상황적 신호들을 어떻게 주변 사람들이 파악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죠. 주위의 관심이 자살 예방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전국적으로 이 교육을 많은 시민분께 진행하면서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다시 한번 자살 예방에 관해 개인의 노력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중앙 정부와 지방단체가 협력하여 자살 예방을 위한 재정적, 인적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하는 등의 시도가 전국 여기저기 추진되고 있는 지금이다. 하지만 김은아 부센터장은 새로운 정책보다 더 중요한 건 ‘꾸준한 정책의 시행’이라고 말한다.

“자살 예방 대책이나 그에 대한 서비스, 프로그램 등 어느 정책이 더 필요하다거나, 덜 중요하다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많은 예방 대책들이 매년 바뀌지 않고, 꾸준히 유지가 되는 것이죠. 여러 기관들이 동일한 정책을 수행하고, 장기적인 성과를 바라보는 데에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하고 운영하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더 좋은 성과를 내고, 더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신체적 건강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어쩌면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되는 정신적 건강이야말로 주기적으로 하는 건강검진처럼 스스로 계속 돌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김은아 부센터장은 “마음 건강에 관한 다양한 사업과 그에 뒷받침되는 촘촘한 체계가 더 많이 생기고 있음에도 아직도 상담받고 치료받는 데에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며 “주저하지 말고 국가에서 마련한 서비스를 이용하길 바라며, 혹시나 방문하는 데에 부담을 갖고 있다면 올해부터 시작한 ‘마음구조 109’를 통해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고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덧붙이며 마음 건강 챙기기를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국생명존중재단 황태연 이사장은 “자살은 전문가들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불가능한 일”이라며 “자살예방 교육을 통해 전 국민이 공동체 정신을 회복할 때, 자살을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로 삼을 때,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생명존중 활동을 나설 때 비로소 자살로부터 안전한 희망 사회가 된다”고 덧붙이며 전 사회적인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세상에 개인적 자살은 없다.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라는 말처럼, 자살의 최초 원인과 이유는 개인으로부터 출발하지 않는다. 물론 어떠한 상처를 극복하는데 자신의 의지와 행동이 우선이겠지만, 거기엔 늘 사람들이 있다. 김은아 부센터장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는 자살률이 높음에도 자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도움을 쉽사리 요청하기 힘든 사회다. 하지만 그럴수록 관계 울타리를 더 견고히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 아닐까. 납작하게만 인식되었던 ‘자살’의 인식을 입체화시켜 내 앞으로 쭉 당겨보자. 자살은 남의 얘기가 아니라 결국 우리의 이야기다.

※ 이 기사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가 함께 하는 '생명지킴이를 응원합니다 - 인터넷신문 GOOD NEWS 동행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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