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추석 연휴, 스마트폰 시청보다 독서로 마음의 그릇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한가위를 맞아 일상의 쉼과 지적인 재충전을 일으키는 좋은 책을 소개한다. |
1. 시골살이 두런두런
신평 지음 | 새빛 펴냄 | 336쪽 | 18,000원
책은 30년 전부터 경주에 집을 짓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신평 변호사의 이야기다. 그 오랜 시골 살이를 담담하게 시와 산문으로 엮은 것인데, 그 문장은 서정적이지만 시골을 마냥 낭만적으로 미화하는 책은 아니다. 온몸으로 농사지으며 사는 이의 생생한 현실감을 기반으로 한 생각들이 서정적인 문장에 녹아있다. '농사꾼'의 시선인 만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담은 구성도 인상적이다. 하늘과 구름과 별,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과 여린 풀길, 잠자리 등 시골 풍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독자는 저자가 던지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잘 산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행복한 삶이란 어떤 조건에서 이뤄지는 것인지에 대하여. 독자는 저자의 시선과 질문의 여정에 동참하면서 그 끝에 삶에 대한 경륜이 있는 저자의 위로를 만나게 된다.
2. 독서의 기록
안예진(꿈꾸는 유목민) 지음 | 퍼블리온 펴냄 | 268쪽 | 18,000원
OTT 등 다양한 볼거리와 무엇이든 대답해주는 대화형 인공지능이 일상이 되어가는 시대, 여전히 책에서 삶의 방향을 찾고 그 감상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블로그에서 ‘꿈꾸는 유목민’으로 활동하는 저자는 현재, 영향력 있는 도서 리뷰어 중 한 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취미로 남았을 뻔했던 ‘독서’가 어떻게 도서 인플루언서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걸까. 저자는 이런 기적 같은 일은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블로그에 ‘기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책은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는 비법은 물론, ‘읽고, 생각하고, 쓰는’ 루틴을 통해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독서와 기록이 단순한 취미와 일상의 일부가 아닌, 진정한 변화와 성장을 이루기 위한 힘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 우주를 껴안는 기분
최상희 지음 | 돌베개 펴냄 | 212쪽 | 14,000원
미래의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책 속의 이야기들은 청소년 독자가 ‘문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차별과 혐오를 성찰할 수 있도록 이끈다. 특히 기후 위기를 소설집 전반을 가로지르는 중심으로 가져와 시의성을 더한다. 기후 위기로 생존을 위해 고향을 떠나 새로운 행성으로 향하는 우주 난민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행성에서 돌봄 노동자로 일하는 이주민들…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들이지만, 마치 현실 속 소수자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는 차별과 혐오를 이길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아니라 ‘우정’과 ‘연대’라는 것을, 미래의 우주에서 오늘의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4. 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
장명숙,이경신 지음 | 김영사 펴냄 | 320쪽 | 18,000원
여기 두 사람이 있다. 40대에 이르러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찾은 사람과 70대가 되어도 매일 설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 이들은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한 권의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라는 책의 제목은 나만 생각하며 내 마음대로 살자는 뜻이 아니다. 두 저자는 ‘자기 존중감’뿐 아니라 최소한 지켜야 할 ‘타자 존중감’ 또한 잊지 않을 것을 당부한다.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살게 두자”라는 철학을 언급하며, “내가 타인을 자유롭게 해야 나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하면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자기 존중이 타자 존중으로, 나아가 공동체 존중으로 이어나가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5. 미국이 불타오른다
레이나 립시츠 지음 | 권채령 옮김 | 송인근 해제 | 롤러코스터 펴냄 | 388쪽 | 18,500원
미국을 넘어 온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미국 대선, 레드 콤플렉스라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좌파 세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급진화된 이 변화의 바람, 과연 그 실체가 무엇일까. 책은 주류 언론에 이름을 알린 정치인부터 지역으로 파고든 풀뿌리단체와 활동가들까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현장에서 마주한 사회운동 경험과 동시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그들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담아낸 보고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하나로 모여 좌파의 미래로 향한다. 한 달 남짓 남은 미국 대선, 일하는 사람들의 안녕을 묻고 지키려는 신좌파의 전진을 한번 지켜보자.
6. 찬란한 멸종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펴냄 | 352쪽 | 21,000원
여러 방송과 유튜브 채널에서 ‘지구의 역사’와 ‘인류 대멸종’을 주제로 강의를 해 온 이정모 작가가 멸종으로 보는 46억 년 지구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스토리텔링한다. 책은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흔한 빅 히스토리에서 벗어나 인류가 멸망한 2150년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화성 테라포밍을 실행한 2100년, 지구에 아직 빙하가 남은 2024년, 46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하기까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방대한 역사를 생생한 도판과 함께 엮어낸다. 뿐만 아니라 범고래, 네안데르탈인, 산호, 삼엽충 등 지구 생명체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내 그동안 인간이 지구를 바라봤던 모든 관점을 뒤집는다. 특유의 유머로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설명을 따라 지구와 생명과 인류의 역사를 마주하며, 다가올 미래를 흥미롭게 상상해보자.
7.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정희원 지음 | 한빛라이프 펴냄 | 320쪽 | 18,000원
누구나 건강하고 활력 있는 노후를 맞이하길 바라며, 느리게 나이 들길 원한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은 빨리 늙고, 어떤 사람은 느리게 나이 드는 걸까. 노년내과 전문의인 저자는 진료실 안팎에서 잘못된 건강 관리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 동년배보다 심한 노쇠를 경험하는 사람, 가속노화로 여러 만성질환을 앓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은 생애 주기에 따라 생활의 요소를 조절해 노화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내재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느린 노화의 해답은 이미 우리 삶 속에 숨어있다고 강조한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또래보다 느리게 나이 들 수 있게, 그리고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원한다면 이 책이 그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8. 눔 마인드셋
NOOM 지음 | 홍석윤 옮김 | 시프 펴냄 | 412쪽 | 25,000원
내면과 외면을 위한 다이어트,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운동, 건강하고도 질리지 않는 식단, 자기 계발을 위한 미라클 모닝… 나이가 들수록 그 필요성은 절실해 보이지만,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일까. 책은 습관을 바꾸는 심리학으로 건강의 개념을 다시 정립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간의 뇌와 몸의 근원을 밝혀내 차근차근 식단을 바꾸고 끈기 있게 운동을 지속하고 결국 뇌와 몸을 바꾸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무조건 따라 하는 것이 아닌, 나에게 맞는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 지속하는 것이야말로 다이어트의 정석이자 곧 습관 변화의 기본. 빠른 해결책이 아닌, 지속적인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만드는 데 도움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이 그 답이 될 것이다.
9. 혈통만사
남동욱 지음 | 모아북스 펴냄 | 304쪽 | 17,000원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무엇일까? 많이들 예상하듯 암이다. 그러나 2위가 심혈관질환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무려 전세계 사망원인 1위가 심혈관질환인데도 말이다. 저자는 건강의 핵심 요건에 혈액과 혈관에 있다고 강조한다. 혈액은 세포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며, 노폐물을 운반한다. 이 혈액이 지나다니는 길이 혈관인데,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장마비, 협심증, 심부전, 고혈압, 뇌졸중 등의 심장 질환이 생긴다. 중요한 것은 심장 질환의 많은 것이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책은 현직 의사가 수많은 환자들을 경험하며, 미처 다 설명할 수 없었던 심혈관질환의 발병 원인부터 식단을 비롯해 예방에 대한 이야기까지 촘촘하게 설명하고 있다. 경고를 하고 찾아오지 않는 심혈관질환. 먼저 공부해두면 나 자신뿐만 아니라 연로한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공부해 놓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10. 안녕, 행복!
송은미 지음 | 이루리북스 펴냄 | 40쪽 | 17,000원
하늘 문이 열리고 다섯 아기 천사가 엄마를 찾아 내려온다. 과연 아기 천사들은 어떤 엄마를 선택할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엄마 아빠가 아이를 선택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고정관념을 뒤집는 상상을 펼쳐 놓는다. 바로 아이가 부모를 선택하는 것. 책은 아기 천사가 엄마를 선택하고 만나는 과정을, 아기 탄생의 비밀을 그렸다. 그렇게 책은 아름다운 가족을 만드는,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리는 동시에 모든 생명과 엄마들에 관한 경이로움과 감동으로 가득 차 있다. 에피소드 하나, 소품 하나마다 애틋한 진심과 사랑을 고스란히 느껴보자.
11. 미미와 신발 공룡
이제는 지음 | 김효주 그림 | 길리북스 펴냄 | 32쪽 | 16,000원
학교가 끝나면 강우를 기다리던 할머니는 강우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주신다. 강우는 신나게 따라나서지만, 사실 할머니의 목적지는 따로 있다. 신발을 좋아하는 할머니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강우, 책 속엔 그 둘을 이어주는 무언가가 등장한다.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주는 할머니의 모습은 그 옛날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 조부모님의 공동 양육이 증가하는 현 사회의 모습 속에서 한 번쯤은 겪어보게 될 갈등과 다툼, 그리고 그 안에서의 화해와 성장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 할머니,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함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12. 4번 달걀의 비밀
하이진 지음 | 북극곰 펴냄 | 48쪽 | 15,000원
여기 작은 닭장에 살고 있는 세 마리 암탉이 있다. 너무 좁아서 서로 부대끼고 힘들지만, 이들에게도 기쁜 순간이 있다. 바로 알을 낳는 순간이다. 그런데 어느 날 닭들은 자신들의 달걀이 모두 4번 달걀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왜 닭들이 낳은 달걀은 모두 4번인 걸까. 책은 누구보다 알 낳기에 진심인 암탉 삼총사가 자신들이 낳은 달걀의 비밀을 밝히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식탁의 가장 흔한 식재료인 달걀의 불편한 진실을 전한다. 암탉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생명과 존중의 가치를, 나아가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