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계 미국인 과학자 프렘 자우하르는 어느 날부턴가 깜빡깜빡하는 일이 잦아졌다. 지인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고, 새로 산 금고 비밀번호도 가물가물했다. 건망증이라기엔 심상치 않은 징후들이 나타났다.
그의 병명은 알츠하이머였다. 책은 심장내과의이자 프렘의 둘째 아들인 저자가 아버지가 병을 확진받는 순간부터 그의 뇌, 그리고 치매에 걸린 다른 환자들의 뇌를 이해하기 위한 독자적인 탐구에 돌입하고, 고통스러울 만큼 진솔하게 성찰하며 적어간 회고록이다. 기억이 축적된 뇌의 병은 몸의 병인 동시에, 세상과 가족을, 또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병이기도 하다. 뇌의 퇴화와 정신의 침식에 관한 의학적 탐구이면서, 기억이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에 관한 성찰,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이라는 점에서 돌봄에 대해 깊게 사유하게 한다.
■ 내가 알던 사람
샌디프 자우하르 지음 | 서정아 옮김 | 글항아리 펴냄 | 348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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