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멀리서 보면, 지구와 이웃을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아주 멀리서 보면, 지구와 이웃을 더 사랑할 수 있을까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8.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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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에 올라서면 온 동네가 한눈에 보인다. 높은 산에 오르면 도시 전체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 오르면 드넓은 세상이 마치 소인국처럼 보인다. 그럼 그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보면 어떨까. 대기권 너머에서,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비칠까.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에서 지구를 보게 되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의 동요를 느낀다고 한다. 그들이 바라본 지구는 한없이 작게 보이고, 땅에 발을 딛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압도적 아름다움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때 느껴지는 극적인 심리 변화를 ‘조망 효과’라고 부른다. 시야를 넓힘으로써 이전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현상이다.

그런데 희한한 사실은 지구와 우주 사이의 어마어마한 물리적 거리가 바로 지구에 대한 정서적 친밀감을 유발하는 듯하다는 점이다. 확실히 어느 시점에 다다라 어떤 대상으로부터의 거리가 상당 수준 멀어지면 그 대상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된다.

책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의 저자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는 조망 효과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지구와 우주 사이의 어마어마한 거리가 지구에 대한 정서적 친밀감을 유발한다고 말한다. 지구라는 행성에 대한 사랑, 지구를 보호하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느끼는 연결감까지. 그렇게 조망 효과에서 시작한 우주에 대한 탐구는 우주의 신비에 경탄하며, 나아가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묻는다.

멀리서 우주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를 둘러싼 문제들이 다르게 보일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실제로 영화 ‘스타 트렉’의 배우 윌리엄 샤트너는 우주여행을 갔다 온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 SF드라마 '스타 트렉'에서 엔터프라이즈호 선장 '커크'역을 맡았던 배우 윌리엄 샤트너. [사진=파라마운트픽처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굴곡, 푸른 하늘은 생명이었다. 아름다움은 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 아래, 우리 모두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주여행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인간관계의 힘에 대한 나의 견해를 열 배로 강화했고, 그것은 내 마음에 희망의 감정을 들려줬다. (…) 우리는 보잘것없으며 우리를 하찮게 만드는 주변의 장엄함에 대해 알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행성과 생명을 위해 우리 자신을 다시 헌신하고 주변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기회를 줄 것이다.”

우주를 돌아본 샤트너는 결국 자기 자신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됨을 인식했다. 나 자신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주변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곧 희망이고 사랑이라는 것을. 가까이 있을 때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을 지구에서 100km나 떨어져 보니 그때서야 보였던 것이다. 샤트너의 말을 통해, 우주를 먼저 보고 온 우주비행사들의 경험을 통해 저자는 우리의 작은 위치를 상기하며, 더 큰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워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지구라는 행성의 일부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까지 고민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이러한 원천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고 말한다. “수천 년 동안 인간종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았고, 별에서 위안과 경이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그런 광경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단절시킨 첫 세대라는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입니다, 라고 데릭스는 말한다. 자연과의 연결, 역사와의 연결, 같은 별을 올려다보았던 우리 이전 세대 사람들과의 연결. 이러한 인식은 우리를 중요하게 만드는 동시에 하찮게 만든다.

책은 우주를 탐구하며 경외감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는 동시에, 일상에서 만나는 이웃들과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도 진지하게 고민한다. 특히 저자는 옆집에 살면서도 좀처럼 가까워지기 힘든 이웃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한다. 하지만 세대, 성향, 취향, 생활 습관이 모두 다른 이웃과의 관계를 꼭 개선해야 하는 걸까? 오늘날, 이웃의 중요성이 그리고 필요성이 예전만큼 크긴 한 걸까? 이에 저자는 되레 묻는다. 가장 가까운 이웃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한다면, 별을 보면서 느끼는 연결감도 공허한 것 아닐까? 라고.

결국, 저자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두 발을 땅에 딛고 우리가 지구라는 같은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를 가르는 수많은 차이가 있지만(가끔 그것들은 너무 결정적이라서 넘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모두는 분명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우리를 가르는 차이를 한 번쯤은 낯설게 바라보는 건 어떨까. 그 상태에서 서로를 인정할 수 있다면, 일상을 채운 불안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으니 말이다. 못 벗어나도 괜찮다. 그래도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을 테니.

“우리가 서로 다투기에는 지구가 너무 작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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