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빛도서관 전행주 관장 “연대를 통해 싹이 움트는 공간이 곧 도서관이죠”
소래빛도서관 전행주 관장 “연대를 통해 싹이 움트는 공간이 곧 도서관이죠”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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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시 은계지구에 두 번째 문화 복합공간인 은계2어울림센터가 지난 6월 10일 개관했다. 그리고 전 세대가 다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센터 2, 3층에는 은계도서관이 문을 열고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자료실과 다양한 그림책부터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종합자료실, 어르신을 위한 큰 글자 도서, 시민들이 기증한 도서로 비치된 ‘시민의 서재’ 공간까지. 책만 보다 가지 말라고 당부하는 소래빛도서관 전행주 관장의 말처럼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고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한 장소가 아닌, 시민들이 편안하게 공간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꾸려져 있었다.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거는 공공시설은 도서관이 유일하다고 생각해요”

도서관을 통해 한 사람의 즐거움이 공동체에 닿기를 바라는 전행주 관장의 꿈은 이곳 시흥에서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영글어가고 있었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불던 여름의 어느 날, 이유 없이 놀러 가고 싶은 도서관, 책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도서관, 시흥 은계도서관(소래빛도서관 관할 도서관)을 찾았다.

소래빛도서관 전행주 관장. [사진=안경선 PD]

Q. 지역적 특징을 살린 ‘그림책 테마도서관’이라 들었어요.

시흥시 전체의 어린이 비율은 11%인데, 은계도서관이 위치한 은행동은 14%로 어린이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해요. 청소년 자녀를 둔 세대의 비중이 높기도 하고요. 이렇다 보니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만한 부분,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죠. 도서관 관계자분들, 사서분들에 한해서만 의견을 주고받는 건 한계가 있어 개관 전 지역주민분들과 전문가분들을 모시고 학습모임을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역민들을 위한 특화도서관에 대한 필요성이 많이 언급됐고요. 더불어 은행동 주민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시행했었는데, 모든 걸 종합한 결과 ‘그림책’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걸 알았죠.

이전의 도서관들은 순서가 바뀌어서 운영되곤 했어요. 도서관을 개관하면 테마를 정해 거기에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에 반해 은계도서관은 미리 테마를 정한 뒤 그에 맞는 도서를 들여오고, 공간을 구성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다른 도서관과는 차별성을 띤다고 할 수 있어요. 이런 부분에서 볼 때 그림책을 원했던 분들에게는 은계도서관 개관 소식이 무척 반가웠을 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런 피드백을 많이 받았고요. 지금은 ‘그림책 테마도서관’이란 이름에만 지나치는 게 아니라 그 역할에 걸맞게 그림책 동아리와의 협업을 통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 다양한 국가에서 창작된 그림책 수상작 큐페이션 코너를 운영하려고 계획 중에 있죠.

Q. 도서관 방문객분들의 반응이나 의견을 많이 참고하시는 것 같아요.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도서관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시흥시에서는 다른 시에서 쉽게 볼 수 없을 법한 조사를 시행하고 있죠. 저희는 도서관 방문객들의 의견과 더불어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분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고 이후에 서비스에 반영하려고 해요. 전철역부터 시작해 축제장, 행사장에 찾아가 ‘시민들이 원하는 도서관의 공간은 어떤 모습인지’, ‘도서관이 어떤 방향으로 가기를 원하는지’,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들을 통해 지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곤 하죠. 작년에 처음 시작했는데, 도서관을 운영하는 데 있어 도움이 많이 돼 올해는 범위를 더 넓히고 부스를 차리는 등 더 적극적으로 설문조사에 임했습니다.

소래빛도서관 전행주 관장. [사진=안경선 PD]

Q. 실제로 설문조사의 내용이 반영된 서비스가 시행된 적 있나요?

은계도서관을 개관할 무렵,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도서관에 방문하는 걸 불편해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아이가 조금만 시끄럽게 굴어도 조용히 해달라는 불만 때문에 눈치가 보인다는 게 이유였죠. 지금 은계도서관은 종합자료실과 어린이 자료실이 분리되어 있는데, 아이들과 부모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신간에 관한 의견도 많았어요. 사실 저희는 이미 신간 서비스를 많이 해오고 있었고, 희망도서, 서점과 연계한 책 대출 등 도서와 관련된 서비스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신간에 대해 아직도 목말라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반대로 아예 생각지도 못한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전공 서적은 비인기도서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찾는 분들이 꽤 많이 계셔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분들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지금은 대학교와 연계해 이용자들이 보고 싶은 책을 받을 수 있게끔 저희가 서비스를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설문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건데, 세상에 어림잡아서 되는 일은 없더라고요. (웃음)

Q. 새로운 도서관과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대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기획할 때 가장 중점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공공도서관은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에요. 물론 우리 사회의 약자라고 할 수 있는 분들도 시민이고요. 사정상 도서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분들, 혹은 도서관의 공간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저희 직원들을 비롯한 도서관 관계자들이 나서 친밀한 공공기관이 되게끔 만들어가야 하죠.

설문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아직도 도서관은 책만 보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거예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공간이라고 여기는 분들도 많고요. 그래서 다양한 원화나 전시작품을 감상하고, 다채로운 문화행사와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북카페와 같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라는 것을 알리는 게 급선무죠. 지금보다 더 많은 지역민이 공공도서관의 공간과 서비스를 누려볼 수 있도록 다양한 대상과 주제의 프로그램, 행사를 기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은계도서관 내부. [사진=안경선 PD]

Q. 도서관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계속해서 변화하듯이 그에 맞는 쓰임도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관장님이 생각하는 도서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저는 도서관이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는 계속해서 공동체를 강조하지만, 결국 공동체 속 사람들은 변하지 않아요. 계속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소위 ‘그들만의 리그’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더더욱 도서관은 누구나 편하게 눈치 안 보고 부담 없이 들렀다가 갈 수 있는 공공시설이 되어야 하죠. 여기까지는 기본값이에요. 도서관은 여기서 나아가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 더 나아가 마을의 의제까지 발견해서 토론하는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주 시민은 교육을 받는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교육을 통해 느슨하게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 완성되어야 하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제가 계속해서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도서관 이용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도서관에 들어가고 나갔으면 좋겠나요?

처음에 들어오실 때는 ‘한번 들어가 볼까’라는 생각으로 오셨다가 나가실 때는 ‘나중에 다시 한번 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도서관을 책만 읽는 장소라고 생각 안 하셨으면 해요. 저에게 도서관은 쉼표, 휴식 공간, 그리고 힐링이 되는 공간이거든요. 이유를 만들어서 오거나 목적을 달성해야지만 나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니까, 부담 없이 방문해주셨으면 합니다. 욕심을 좀 내자면 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통해 누군가에게는 도약할 수 있는, 뜀틀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요.

은계2어울림센터. [사진=안경선 PD]

Q. 끝으로 은계도서관의 비전이나 목표를 간단히 말씀해 주신다면요.

도서관 하나로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냐만, 저는 도서관을 통해 개개인의 일상이 조금은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상의 작은 변화는 때때로 삶 전체가 바뀌기도 하잖아요. 은계도서관을 통해 일상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소박한 목표라고 생각했는데, 말하고 보니 꽤 거창하네요. (웃음)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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