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을 견디는 시간은 ‘개인적’, 고립에 접어드는 과정은 ‘사회적’
고립을 견디는 시간은 ‘개인적’, 고립에 접어드는 과정은 ‘사회적’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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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에 안 나가고 누워만 지내는 청년들이 있다. 일본은 ‘히키코모리’를 경계하고, 중국은 ‘탕핑족’을 염려하고, 한국은 고립·은둔 청년을 찾기 시작한다. 진학, 취업, 연애, 결혼, 출산이라는 정상 경로를 이탈해 누워서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는 청년들. 외신들은 한국의 젊은이들의 불안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발등에 불 떨어진 지자체들은 앞다퉈 고립·은둔 청년들을 위한 캠페인, 지원책, 프로그램들을 개시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고립·은둔은 스스로 선택한 일이니, 그들에게 도움을 줄 필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 고립·은둔 청년들을 그대로 내버려 둬도 괜찮은 걸까? 고립 청년 문제가 국방, 납세, 결혼, 출산 등 사회적 문제와 얽혀있다는 건 이미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문제는 고스란히 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진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생산인구의 한 축이자 성장 동력이 청년세대이기 때문이다. 청년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고립의 사회적 비용’ 연구에서 청년 고립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 7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고립 청년이 34만 명이었던 2019년 기준으로 산정된 결과다. 54만 명의 추정치에는 어떨까. 매년 1인당 2100만 원의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는 단순 곱셈만으로도 고립·은둔 청년 문제에 연간 11조 이상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 이상 고립·은둔을 개인의 역량에 맡겨서는 안 되는, 우리 사회의 문제로 봐야 하는 이유다. 그러니 고립·은둔을 사춘기처럼 잠시 왔다가 지나가는 시기라고 여기는, 다소 무책임한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겠다.

고립·은둔 청년들은 단순히 집에 있기를 좋아해서 외출을 삼가는 것이 아니다. 배가 고파도 먹을 수 없는 섭식장애처럼, 집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사회로부터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 속에서 행복감을 영위하기 힘들 것이라는 불안감이 기저에 깔려있다. 즉, 그들이 집 안에만 있고 싶은 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이다. 세상으로 나오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건 세상 속에 그럴만한 문제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취업실패, 대인관계, 가족·건강 문제 등 이유는 저마다 다를지라도 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명확하다. 사람들과의 연결이 끊어지는 경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고, 그들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관심사가 없어졌다는 건 밖으로 나갈 이유 또한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반복해서 나타나면 고립으로 가는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꽤 오랫동안 버티고 버티다 내린 결정이 결국엔 고립·은둔인 것이다. 마음의 문을 닫은 54만 명의 청년들이 긴 시간을 외로이 홀로 버티고 있는데, 이를 오롯이 개인적인 문제로 보는 게 맞을까?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사회가 몰라줘서 아니고?

‘시야가 좁았기 때문’에 고립을 겪는다고 생각하는 성현은 새로운 일을 찾거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등 행동을 변화시켜 고립을 예방하려 한다. 그렇지만 고립이 온전히 개인 탓일 리 없다. 성현이 고립으로 접어든 과정은 복잡하다.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 중에서

무기력한 일상에 저항할 명확한 방법이 있긴 할까. 책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고립을 벗어나는 방법’이 아니라, ‘고립의 시간을 버티는 방법’ 그리고 ‘사회와 사람에 나를 연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버티기’와 ‘연결’만이 고립에서 나를 구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니 혹시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SNS나 인터넷 유머글에 댓글 하나 정도 달 수 있는, 그 정도의 에너지가 있다면 한 번쯤은 집 밖으로 나가 보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살펴보는 게 어떨까.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은 집 안에서만 지내기에는 넘치는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내키지 않아도 괜찮다. 어떤 마음은 세상의 미세한 자극만으로도 위협을 느끼며 자신을 보호하고 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충분히 자신에게 시간을 주길 바란다.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안전한 세상에서 즐거움을 주는 것들을 찾아 그것들과 교감할 수 있도록.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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