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이 추천하는 휴가철 도서 10선 ①
독서신문이 추천하는 휴가철 도서 10선 ①
  • 이세인, 유청희 기자
  • 승인 2024.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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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철이 다가왔다. 숨 가쁘게 지내왔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지쳐있던 몸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쉽게 지치는 마음에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잠깐의 시간을 내어 나만의 휴가, ‘북캉스’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혹은, 여행지로의 긴 이동 시간에 책 한 권 품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독서신문이 추천하는 ‘여름의 책’을 만나 보자.

1.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문보영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 300쪽 | 18,000원

윤슬이 빛나는 강과 고요하고 너른 들판이 펼쳐진 매우 느리게 시간이 흘러가는 곳, 아이오와 시티. 선배 문학가들이 먼저 다녀갔고, ‘문학의 도시’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지만, 시인에게 있어 아이오와는 체류 전후로 인생의 축이 나눠질 정도로 많은 가치관의 변화를 일으킨 곳이기도 하다. 책은 지구 반대편에서 마주친 다양한 작가들과 이민자들의 삶을 마주하며 변화한 시인의 내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천진난만한 시인의 언어로 녹아 있는 사유들을 보다 보면 자신만의 아이오와를 찾아 떠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 천체 : 세 자매 이야기
조카 알하르티 지음 | 박산호 옮김 | 서랍의날씨 펴냄 | 376쪽 | 17,000원

2019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의 수상에 빛나는 책은 두 가문의 삼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급격한 사회변화와 20세기, 그중에서도 특히 1960년대 이후로 산유국이 되면서 부유해진 오만인들의 가치관이 변화되는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한다. 그리고 가파른 사회적·경제적 성장 속 소설에 등장하는 세 딸은 사회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여성성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한다. 한 시대에서 다음 시대로 넘어가는 불안정한 경계 안에서 새로운 기회와 압력에 직면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우리를 속박하는 힘과 우리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힘, 둘 다 일깨우게 될 것이다.

3. 시인들
박참새 지음 | 세미콜론 펴냄 | 316쪽 | 18,000원

시를 좋아하고 사랑하며, 시인들을 애정하고, 스스로 역시 시인이 되고 싶었고, 마침내 시인이 된 저자 박참새는 일곱 시인과의 대담집을 새롭게 출간했다. 기획하고, 참여할 시인을 섭외하고, 질문을 준비하고, 대담을 수행하고, 원고를 다듬고, 책으로 엮어내는 데에만 꼬박 2년. 모든 것이 속도전인 시대에 묵직하지만 무겁지만은 않게, 시대감각은 기민하게 유지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는 놓치지 않으면서, 저자만의 속도로 담아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수록된 시인들의 시집과 대화 중 언급된 작품들을 늘어놓고 행복한 병렬독서의 재미를 누려보는 것도 좋겠다.

4. 시골, 여자, 축구
노해원 지음 | 흐름출판 펴냄 | 216쪽 | 16,800원

면 단위 작은 마을에 여자 축구팀이 생겼다. 평소 밤을 새워 프리미어리그를 볼 만큼 축구를 좋아하는 저자는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첫 훈련을 나가고, 이내 육통을 앓으며 다짐한다. “나 이 팀에서 손흥민이 되긴 글렀고 케빈 데브라위너가 되어 봐야겠어.”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에 사는, 축구는 처음인 시골 언니들의 씩씩한 축구 이야기를 담은 책은 공은커녕 늘 운동장 구석진 자리에서 구경만 해야 했던 여성들의 피치 위에서 피어나는 뜨거운 열정과 우정을 담았다.

5. 조반니의 방
제임스 볼드윈 지음 | 김지현(아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 320쪽 | 14,800원

미국 문학사의 주요 작가이자 글과 행동으로 흑인과 성소수자들에게 뚜렷한 영향을 남긴 제임스 볼드윈의 대표작. 소설은 성소수자의 현실과 고민을 다룬 책이 턱없이 부족하던 때에 복잡한 문제를 예리하면서도 섬세하게 다뤄 낸다. 20세기 중반 동성애자들의 문화를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시대를 초월하는 문제의식과 문학적 성취에 다다름으로써 책은 빛이 바래지 않는 퀴어 문학의 고전으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6.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김이삭 지음 | 래빗홀 펴냄 | 304쪽 | 16,800원

더운 여름에는 호러물과 괴담이 제격이다. 그런 면에서 귀신과 도깨비 등 기이한 존재가 등장하는 이 책은 완벽한 선택인 동시에 새로운 선택. 다섯 단편의 주인공들은 모두 여성으로, 극 중 모두 폭력과 혐오의 대상에 놓인다. 하지만 흔한 공포물이 그렇듯 희생양이나 남자 주인공의 구원을 기다리는 인물이 아니다. “여자가 벽을 부순 순간, 괴담의 규칙은 깨진다.” 서늘함과 뜨거움, 괴력난신의 기이함과 현실의 폭력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서사가 피어난다. 섬뜩함이 시원한 해방감으로 번지는 여름철 추천 책.

7. 테일러 스위프트
테일러 스위프트 지음 | 헬레나 헌트 엮음 | 김선형ᅠ옮김 | 마음산책 펴냄 | 280쪽 | 17,000원

누가 지금 테일러 스위프트를 막을 수 있을까. 월드 투어를 돌 때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일으켜 산업지의 주목을 받는 미국의 컨트리-팝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얘기다. 그의 말과 인터뷰를 추려 만든 이 책은, 다시금 스타가 아닌 아티스트로서의 삶과 음악 자체에 집중하게 한다. 여성 뮤지션으로서 겪은 억측과 무례함을 뚫고 전설이 된 그의 시간.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정치에ᅠ목소리 내는 과정까지. 자기 목소리로 삶을 개척한 그의 언어로 휴가지에서 힘을 충전해보면 어떨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스 아메리카나', 그리고 앨범까지 곁들인다면 더욱 멋진 휴가가 될 것.

8.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딘 리클스 지음 | 허윤정 옮김 | 을유문화사 펴냄 | 204쪽 | 15,000원

인정할 건 인정하자, 휴가는 행복하지만 빠르게 스쳐갈 것이다. 왜? 인생은 짧기 때문에. 이 책은 바로 이런 삶의 유한함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선연하게 드러낸다. 우리에게 시간이 충분히 많지 않음에 투정하지 말며, 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이 유한함이라고 책은 진부하지 않게 설득시킨다. 인생은 짧기에 책도 길지 않다. 여행 가방에 스윽, 껴 넣어도 부담 없다. ‘인생은 짧다’라는 명제를 되새기는 것만으로, 휴가는 충만해질 것이다. 휴가 이후의 삶도.

9. 아메리카나 1, 2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 황가한 옮김 | 민음사 펴냄 | 380쪽(1권), 420쪽(2권) | 각 15,000원

유한한 삶을 남들보다 길고 진하게 즐기는 법이 있다. 바로 장편소설을 읽는 것. 타인의 생을 치열히 읽다 보면 세상을 더 산 느낌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을 추천한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미국 유학에 성공했지만 주인공에게 돌아오는 것은 교묘한 인종차별과 ‘이방인’이라는 감각. 어떤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봤다면 먼 타국의 이야기에 공명하는 지점이 많을 것이다. 필라델피아와 뉴헤이븐, 브루클린과 프린스턴의 냄새를 비유하면서 시작하는 감각적인 첫 문장만으로도 빠져들지 모른다.

10.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박주연 지음 | 오월의봄 펴냄 | 320쪽 | 17,500원

꼭 별이 빛나는 밤에 캠핑을 해야만 휴가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OTT와 영상 콘텐츠를 보는 것만으로 환상의 휴가. 이 책은 최근 영상계의 ‘트렌드’가 됐다는 ‘퀴어 영화/드라마’ 가이드북인 동시에 절절한 사랑담이다. 여기에는 당사자성이 따른다. 여성을 좋아하는 여성이 어린 시절부터 ‘헤테로 중심’의 영상계라는 사막에서 바늘 찾듯 치열하게 찾고 해석한 보물들이다. 소개된 콘텐츠를 찾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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