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7월의 선물, ‘휴休’
[발행인 칼럼] 7월의 선물, ‘휴休’
  • 방재홍
  • 승인 2024.07.0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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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7월이다. 7월은 이육사 시인의 말처럼 청포도가 익어가는 달이기도 하지만, 치열하게 1년의 반을 살아낸 자들에게 주어지는 선물과도 같은 달이다. 그래서 윤보영 시인은 ‘7월은 행복한 선물입니다’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행복한 1년을 준비했다면
앞으로는
행복의 주인공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난 반년을 살아낸 현대인에게 가장 큰 행복이자 선물은 잠시의 ‘멈춤’이고 ‘쉼’이다. 일상의 활동이나 업무를 멈추고 쉼으로, 새로운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정서적 에너지를 얻고 복원하는 것이다. 오늘의 현대인이 시도 때도 없이 “쉬고 싶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가는 이유도 이런 휴식의 간절함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본격적인 휴가철의 시작을 알리는 7월은 반갑고 행복한 선물이다. 복잡한 ‘7말8초’를 피해 이른 여름휴가를 떠나는 ‘얼리 휴가족’이 해마다 늘고는 있다지만, 그래도 7~8월은 여전히 가장 대표적인 휴가철 성수기이고 ‘휴식’의 달이다.

오원식 작가는 『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복』에서 이 휴식의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다.

진정한 휴식이란 무엇일까. 휴休는 쉰다는 뜻이다. 한자를 풀어보면 사람人과 나무木가 함께 있다. 나무 아래 앉거나 누워 쉬는 것이다. 식息은 숨 쉰다는 뜻이다. 역시 한자를 풀어보면 나自의 마음心이다. 숨은 곧 나의 마음이다. 숨을 고르거나, 한숨을 내쉬거나, 가쁜 숨을 몰아쉬거나, 숨을 죽이는 것은 마음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숨을 고르며 마음까지 고르는 휴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많은 것을 하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휴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많은 것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휴식을 보장받는 기간, ‘쉬어 가는 틈’이 곧 ‘휴가’이다.

한편, 이렇게 휴가철이 다가오면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각 지자체나 기관, 단체에서는 해마다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을 선정해 독자에게 소개한다. 주체마다 추천 도서 선정 방식과 절차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사서, 서평 전문가, 시민 추천 등을 통해 문학·철학·인문예술·역사지리·사회경제·자연과학·기술생활과학 등을 추천하는 것은 대동소이하다.

물론 1970년 창간이래, 지난 54년간 ‘독서인구 증대’와 ‘민족문화예술 창달’이라는 목표로 매진해 온 <독서신문>에서도 ‘2024년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을 엄선해 발표했다. 곧이어 2탄도 독자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선정에서는 출판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작가나 출판사의 의견, 책과 수십 년을 함께하며 그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고 독서인구의 증대를 간절히 바라는 지자체 중앙도서관장들의 추천 도서, 그리고 풀뿌리 독서의 바탕을 이루는 다양한 독서 모임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독서는 그 어떤 활동보다 호흡이 길고 느린 행위이다. 책의 저자와 온전히 교감하기 위해서는 차분히 숨 고르기를 하며 책의 호흡에 나의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그래서 잠시 쉬어가는 기간인 휴가철은 독서와 그 맥이 가장 잘 닿아있다. 바쁜 일상을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호흡이 짧은 글이나 영상을 통한 빠른 정보 습득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다가오는 휴가철을 이용해 잠시나마 명상하듯 몸과 마음을 차분히 하고, 길고 느린 호흡으로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행위일 것이다.

기상청은 올여름을 ‘폭염 속의 가장 뜨거운 해’로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 서울은 이미 35~36°C를 넘나들었다. 이럴 때, 숲속의 나무 그늘에 눕거나, 혹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시원한 아이스커피나 차와 함께 <독서신문>에서 추천하는 다양한 책들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독서를 통해 남은 하반기의 살아갈 힘을 재충전하는 것도 휴가철에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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