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포터 “독서는 고유한 경험...책은 영원히 매혹적일 것이다”
앤드루 포터 “독서는 고유한 경험...책은 영원히 매혹적일 것이다”
  • 유청희 기자
  • 승인 2024.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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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사라진 것들』 북토크에서 작가 앤드루 포터가 독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독서라는 경험은 너무나 고유해서 어떤 기술로도 대체되지 않습니다. 영원히 책이라는 경험은 우리에게 매혹적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제가 좀 낙관적인가요?"

미국의 소설가 앤드루 포터가 지난달 27일 서울국제도서전 북토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을 포함해 독서율이 낮아지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 그는 "내 딸도 아이패드, 핸드폰 등 다양한 전자기기를 사용하지만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것은 책"이라며 웃어보였다.

앤드루 포터는 2008년 첫 단편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시작으로 영미권 안팎을 매혹한 작가다. 인물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특유의 미문으로 국내에서는 문학 팬들뿐 아니라 작가들의 사랑도 받아왔다. 2011년 한국에 번역된 이 소설집은 2년 뒤 스타 작가 김영하가 팟캐스트에 소개하며 입소문을 탔다. 더 큰 도약은 2019년이다. 책은 가수 아이유, 배우 박정민이 읽은 책으로 알려지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번역된 지 8년 만의 ‘역주행’이었다.

글쓰기는 상실을 받아들이는 방법

15년 차이를 두고 발표된 앤드루 포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사라진 것들』 한국판 표지

많은 관심을 받아왔지만 그는 ‘다작 작가’가 아니다. 그의 소설들처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밀도 있는 소설을 발표해왔다. 한국에서는 올해 1월 출간된 두 번째 단편집인 『사라진 것들』(2023)은 전작인 장편소설 『어떤 날들』(2012) 이후 10년 만의 발표이자, 단편집으로는 15년 만의 작품이다.

첫 단편집과 공통점과 차이점이 분명하다. 모두 삶의 어느 순간 소중한 것을 잃는 '상실'과 방황, 수용의 이야기다. 하지만 화자가 변했다. 첫 소설집에서는 결혼한 뒤 대학시절을 떠올리는 여성 화자, 친구를 잃은 유년의 기억을 돌아보는 남성 화자 등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삶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총 15편이 담긴 이번 소설집의 화자는 모두 40대 중년 남성이다.

그는 "상실은 내가 오래 집중해 온 주제"라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상실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영감을 받는다"라고 했다. 또 "40대를 지나면서 뭔가가 사라지고 있다는 감정을 느꼈다. 20대는 쌓아가는 시기라면, 40대는 '사라지는 과정'을 겪는 게 아닐까. 그걸 체감하며 글을 썼고, (다시) 천착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작가인 당신은 상실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라는 독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상실의 종류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모두가 상실을 겪는다. 내게는 글을 쓰는 게 상실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다양한 상실의 단면, 허구적 상황에서 글로 탐구하고 천착하는 게 내가 상실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화자를 작가로 의심한다면 성공한 소설

포터는 남성 작가이자 1972년생으로, 올해 51살이다. 그러니 독자는 자연스럽게 책 속의 중년 화자들을 작가로 추측하게 되기도 한다. 여러 작가들이 이처럼 독자가 작가와 화자를 동일시하는 데 불편함을 표했지만, 그는 이러한 작은 오해가 오히려 반가운 듯했다.

“이 책을 쓸 때 한 작가의 단편집을 읽고 있었어요. 모두 1인칭 시점이었고, 화자들이 왠지 모르게 같은 사람들처럼 느껴졌습니다. ‘작가 본인 이야기인가?’ 궁금해지기도 했죠. 저는 이렇게 경계가 흐려지는 게 좋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서술자가 혹시 작가가 아닌지 생각할 때 오는 감정의 효과가 있습니다. 제 작품의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다면, ‘내가 글을 쓰는 데 성공했구나’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화자와 내가 같은 경우는 없다”라며 “자연스럽게 40대 때 느낀 시선이 녹아있기는 할 것이지만 이야기 자체는 내 얘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포터의 차기작은 장편소설로, 이번에도 40대 남성 화자를 내세운다. 그는 “열두 살 때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40대 남자가 주인공”이라며 “아버지를 찾기 위해 지인들을 만나러 떠난다. 실종되기 전 아버지와 마지막을 보낸 1980년대와 현재 시점을 오간다. 모든 이야기는 이번에는 내가 사는 텍사스가 아니라 캘리포니아가 배경”이라고 귀띔했다.

아름다운 문장은 정밀한 시선으로부터

서울국제도서전 북토크에 참석한 (왼쪽부터)통역가 김현오, 작가 앤드루 포터, 싱어송라이터 요조.

그의 소설은 상실을 다뤄왔지만, 지독하게 고통스럽지는 않다. 천천히 종이가 물에 젖듯 상실이란 주제에 젖어들고 이를 받아들이고 앞을 보게 하는 힘이 있다. 여기에는 그의 호흡과 아름다운 문장의 효과도 크다. 한 독자가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방법을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정밀성이 중요합니다. 뭔가를 정밀하고 명료하게 포착한다면 그게 아름다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아름답기 때문에.”

실제로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트리니티대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그는 “그 외에도 박자감과 리듬감, 소리가 글에 있어서도 중요”하다면서 “글을 직접 소리 내어 읽을 때 그 소리가 자신에게도 아름답게 들린다면 도움이 된다. 학생들에게도 자주 이렇게  해보라고 조언한다”라고 덧붙였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본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따듯하고 낙관적인 사람이었다. 이날 북토크 현장에서 독자들과 다정하게 소통하던 그는 ‘삶에서 변화하지 않는 신념은 무엇이냐’는 독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제 아이들에게도 항상 친절하고 따듯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자주 말하곤 합니다. 일상에서 변하지 않는 신념이란 이런 것이에요. 학교 선생이자 학생들의 멘토로서도 늘 그렇게 말해왔습니다.”

포터는 “내 글을 읽어주고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어 정말 고맙다”라고 했다. “이 자리에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게 고무적이에요. 제 생각에 이미 글을 쓰고 있거나,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도 많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그렇다면 앞으로의 창작에 건투를 빕니다. 다시 한국에 왔을 때 여러분을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독서신문 유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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