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트랜스젠더로 부르는 것은 자신의 삶과 신체를 창조의 대상으로 삼은 조물주들, 투명한 레이저가 가득한 사무실을 떠들썩한 놀이터로 만드는 익살꾼들,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는 위대한 실천가들의 계보에 나를 기입하겠다는 뜻이다.” 한영 번역가이기도 한 저자는 한국어와 영어뿐 아니라, 몸과 마음,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을 흐트러뜨리는 사람이자, 그런 글쓰기를 시도하는 자다. 책은 “30대에 의료적 트랜지션을 시작”한 내밀한 고백으로 문을 열지만, 그 의료 과정을 추적하거나 시간순으로 매끄럽게 서술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선택을 이해받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순간, 자기 분열의 면면, 그럼에도 곁에 있는 사람들과 길바닥과 클럽, 방구석에서 흘려보낸 시간의 흐름을 포착한다. 사회가 말하는 ‘단일한 정체성’과 어긋남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은 같이 흔들리면서도 새로운 길을 열고, 해독제가 되어줄 것이다.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먼저 공개한 화제작으로, 오는 7월 1일 정식 출간 예정이다.
■ 전부 취소
호영 지음 | 읻다 펴냄 | 28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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