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느낌.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손가락은 배달 앱을 향하고 먹고 나면 플라스틱 용기와 함께 죄책감이 남는다. 감정의 허기짐을 먹을 것으로 돌려막는 일은 현대인에게 예사다. 그래픽노블 『재생력』으로 주목받은 조성환의 새 책 『배부르지않아 배부르잖아』는 제목부터 이러한 현대인의 공허를 정확하게 짚어낸다. 하지만 책은 ‘정확하지 않다’. 끝도 없이 먹는 여자가 아기를 임신하는 것으로 감정적 충만감을 느끼지만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는데... 불안정하고 허기진 내면을 묘사하는 극적인 그림과 삐뚤빼뚤한 선, 그리고 따뜻하면서도 불안한 ‘황금빛’ 색감. 나와 비슷한 증상의 주인공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묘한 위로와 해방감이 찾아들지 모른다.
■ 배부르지않아 배부르잖아
조성환 글, 그림 | 미메시스 펴냄 | 136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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