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들키고 싶은 나의 편협, 이병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책 속 명문장] 들키고 싶은 나의 편협, 이병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 유청희 기자
  • 승인 2024.06.18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
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
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

(…)

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
영원을 붙잡았던 적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중

 

내가 내일 사라져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소문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기차표를 꺼내 가로등 불빛에 비춰보았다

Von : 여기
Nach : 영원

-「기차표」 중

나는 왜 누구의 말은 괜찮은데
누구의 말에는 죽을 것 같은가

누구는 나를 만지면 안 되는데
누구는 나를 만져도 되는가

-「사랑」 중

편지 쓰다가 망쳤다고 그냥 버리지 마세요
그걸 주워다 모아서 매트리스로 쓰는 사람이 있다고요
절대로 돌려주지 않는다는 면에서 참 고약합니다

(…)

그러니 한 사람의 뒷모습에다
아무것도 적으려 하지 마세요

-「이면지 뭉치」 중

 

그래도 가려합니다
당신으로 인해 이 세계는 듣고 싶은 이야기와
하고 싶은 이야기뿐이라는 사실을 데리고요

(…)

이 끈끈함을 정신없이 핥고 있는 나의 편협을
당신에게 들키고 싶은 것일지도요

-「그네」 중

[정리=유청희 기자]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 172쪽 | 12,000원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