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는 괴물과 귀신 등 현실에서 쉬이 만날 수 없는 기이한 존재가 등장하는 ‘호러 소설’이다. 하지만 극의 중심 '인물'들은 대체로 현실에서 한번쯤 되어봤거나 스쳐봤거나, 공명할 수 있는 이들이다. 데이트폭력 가해자를 피해 고택에 들어간 여성(「성주단지」), 학교의 금기를 어긴 여성 청소년들(「야자 중 ×× 금지」). 그 외에도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혐오의 역사를 되짚는 오컬트물 「풀각시」의 인물들이 그것이다. 작가 김이삭은 ‘기이한 괴력난신의 존재’들을 통해 현실 사회가, 또 역사가 소외시킨 이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끌어낸다. “여자가 벽을 부순 순간, 괴담의 규칙은 깨진다.” 섬뜩하고 서늘하지만, 시원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첫 장편소설 『한성부, 달 밝은 밤에』부터 드라마화를 확정 짓고,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소설가 김이삭의 첫 소설집.
■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김이삭 지음 | 래빗홀 펴냄 | 304쪽 |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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