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털’인데 왜…1천만의 고민 ‘탈모’, 해방될 수 있을까?
고작 ‘털’인데 왜…1천만의 고민 ‘탈모’, 해방될 수 있을까?
  • 유청희 기자
  • 승인 2024.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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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팝스타와 아이돌이 갑자기 ‘머리를 밀면’ 크나큰 화제를 모은다. ‘심경의 변화’를 추측하는 기사도 연달아 이어진다. 입대할 때 삭발하는 것은 속세와 단절하고 국가에 충성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모두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렇듯 사람이 ‘머리카락을 소거한다’라는 것은 단순히 ‘미학적 대변혁의 사건’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많은 상징과 연관되고,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난 그대로의 ‘민머리’를 ‘디폴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반대로 더 고도화된 외모지상주의 속에서 미용 산업이 창조한 헤어스타일의 종류는 세분화되고, 산업은 활황이다. 머리는 ‘얼굴’의 연장이고, 이를 매력적으로 가꾸는 것이 개인의 자원이 된 사회라서 그렇다. 요는 이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머리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두는 게 아닐까.

그러니, 원치 않게 탈모가 생긴 사람들의 고충은 어떨까? 굳이 민머리가 아니더라도, 머리숱이 조금만 가벼워져도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낀다. 지난 5월 출간된 『참을 수 없는 모발의 가벼움』은 이러한 탈모인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책이다. 증상에 대한 자극적인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비전문가가 알기 어려운 탈모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와, 치료 방법에 대한 접근법을 제시한다.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탈모를 치료할 필요는 없다’라는 저자의 태도는 ‘머리’를 넘어 마음에 가닿는다.

24만 명이 구독하는 탈모 전문 유튜버이자, 여러 SNS를 통해 탈모인들과 소통해온 성형외과 전문의 김진오 원장이 이 책의 저자다. 즉, 누구보다 한국 사회의 ‘미’에 대한 열광을 잘 알고 있는 이다. 하지만 그는 책의 1장을 아래 문장으로 열며, 사회가 ‘머리카락’에 부여한 과도한 의미를 털어낸다. 머리란 곧 털이라는 것.

머리카락을 굉장히 특별하게 생각하는데, 사실은 간단합니다. 털이죠 (15쪽)
 

그러나 저자는 고작 ‘털’인 머리카락이 없을 때, 사회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불편함을 짚으며 ‘머리카락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한다. 이어 탈모에 대한 정확한 정의부터, 샴푸나 머리 감기, 가르마, 염색과 파마, 모자와 가발, 햇빛, 두피 열, 탈모약, 테스토스테론과 탈모의 관계 등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의 진위를 시원하게 짚어준다. 나아가 4장에서는 복잡한 의약품과 치료법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근심어린 표정으로 수없이 거울을 들여다보고, 무작정 인터넷의 망망대해를 헤매기보다, 이 책 한권을 쭉 읽어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매일 50~100개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다시 머리카락이 자라납니다. 그렇기에 탈모는 단순히 머리카락이 빠지는 게 아니라 평균치 이상 얇아지거나 빠지는 것, 빠진 모발이 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37쪽)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오틴은 탈모에 효과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유전으로 인한 탈모가 아니라 비오틴 결핍으로 나타난 탈모라면, 비오틴 보충은 탈모 치료에 효과가 있다〉라고 해야겠죠. (74쪽)

이 책의 진정한 효능은 따로 있다. ‘머리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는 ‘마음의 치료 효과’다. 모르는 것은 본래 불안이다.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불안한 마음은 진정되고 행동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건강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회복해야할 일이지만, 모든 탈모인들이 탈모를 치료해야할 필요는 없다’라는 저자의 태도는 ‘완벽한 머리숱’을 되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덜어준다.

이는 김진오 원장의 ‘탈모 공력’에서 나온다. 저자 자신이 20년 전부터 탈모약을 복용하며 탈모를 대비해왔다고 한다. 탈모 치료를 통해 일가를 이룬 그이지만, 그는 책의 끝에 이렇게 말한다. ‘탈모 치료가 필요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탈모든 아니든, 서로의 머리에 지나치게 큰 관심을 주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니, 지금 당장 몸과 마음이 힘들다면 이 책을 펼쳐보면 어떨까.

[독서신문 유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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