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은 값을 구하는 도구다. 자와 저울, 키와 몸무게, 성적표, 회사 업무 수행… 측정은 세상의 모든 것을 관찰해 숫자로 드러낸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수면, 운동, 소비 성향까지 스스로 측정하는 지금, 측정이 생활의 편리를 위한 유용한 도구로만 쓰인다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무엇이든 비교하고 수치화하게 만드는 ‘측정’의 본질에 주목한다. 고양이에 빗댄 측정 기술이 실은 비교와 차별의 기술이라고, 그렇게 만들어진 차별은 보이지 않게 은밀히 작동되며 불평등을 더욱 심화한다고 말하면서. 농담처럼 슬쩍 눙치다가, 이따금 정곡을 콕 찌르는 이야기는 차별과 불평등에 무감각한 일상을 깨운다. 모두가 평등한 사회가 되려면 우선 차별을 감각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으니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한다면, 저자가 마련한 측정에 같이 참여해보는 건 어떨까.
■ 당신을 측정해 드립니다
권정민 지음 | 사계절 펴냄 | 76쪽 |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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