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읽는가? 저는 세상을 사랑할 새로운 이유를 발견하기 위해 읽습니다. 또한 이 세상을 뒤로한 채 저의 상상 너머, 저의 지식과 인생 경험밖에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읽습니다.” -매리언 울프
출근하기 전에 책장을 둘러봤다. 읽었던 책과 익혔던 책들 사이에 곱씹었던 문장들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 많던 문장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글은 자극과 위로 때론 보통의 언어 속에서 나를 깨워주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독서란 딜레마요, 모순덩어리다. 그러니 읽지 않을 수 없는 속박이다. 가장 좋았던 책을 골라 출근길에 넣었다. 한스 기벤라트, 니나, 조르바와 바틀비와 같은 멋진 주인공들과 만남의 길은 언제나 순간의 기억이 좋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읽는다는 것이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섣불리 말할 수 없다. 단순히 읽는다는 것에 벗어나 꾸준히 읽고 그 순간들을 기억해야 할 자세가 필요하다. 그 자세는 읽는 독자로서의 예의다. 읽는 독자로서의 예의란 책 속의 글귀나 문장을 스쳐가는 것보다 이해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라 하겠다.
도서관에서 대출하거나 동네책방에서 사들인 모든 책들에게 예의를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읽고 또 읽는 것 외에 한 번쯤은 제목에서 표지에서 부제목에서 깊은 의도를 생각해 보는 것처럼.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며 그의 삶의 밑거름을 들여다보거나, 프롤로그에서 글의 의도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은 읽는 독자가 지녀야 할 중요한 자세이겠다. 책에 대한 예의만 갖춘 독자라도 독서는 나에게 들어오는 길목이다. 그 자세를 잊지 않을 때 독자는 꾸준히 성장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
독자가 지녀야 하는 몇 가지 예의를 소개하자면, ‘책 표지를 유심히 살펴볼 것’, ‘항상 궁금함을 열어가는 태도를 지닐 것’, ‘중요한 문장에 메모하고 줄을 그어 오롯이 나의 것으로 받아들일 것’, ‘자신의 경험과 비교해볼 것’ 등이라 할 수 있겠다.
이외에도 독자가 가져야 할 예의는 많을 것이다. 책을 읽고 한 번쯤 자신에 맞는 독서 예의를 습관적으로 길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타인과의 예의는 필수요소이듯이 읽는 독자가 갖추어야 할 예의는 나를 위한 것도 있지만 책이 지닌 다양한 속성과 쓰고 그린 작가에게 하나의 눈길을 주어 그 가치를 충만하게 만든다. 정체되어 있던 나의 독서 시간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볼 수 있는 생각의 전환을 도와주기에 더없이 그 예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책 읽는 독자가 가진 예의는 그 사람의 품격이며 앞으로 읽을 책들에 대한 예의다. 그 습관은 오래갈수록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좋은 습관은 성숙한 독자로 가는 밑거름을 주고, 그렇게 쌓인 밑거름은 의식과 사고를 확장하는 일이라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사랑하고 고귀하게 여기는 독자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독서 문화시민으로서 함께 노력하자는 말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