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미디어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란 무엇일까?
[특별기고] 미디어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란 무엇일까?
  • 김민석
  • 승인 2024.06.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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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필로어스 & 필로프리셉 100 부대표
김민석 필로어스
& 필로프리셉 100 부대표

‘미디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신문, 잡지, TV, 유튜브, SNS가 미디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미디어의 이해』라는 고전에서 저자 마셜 맥루언은 미디어의 의미를 훨씬 더 넓게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미디어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의사소통에 관련된 모든 수단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문자는 물론이고, 바퀴, 비행기, 자동차, 유니폼 등 일상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에서 사용하는 직·간접적으로 확장된 표현들이 모두 미디어인 셈이죠.

우리는 흔히 미디어가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중점을 두고, 그 미디어 자체의 역할은 중립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마치 텔레비전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나오는지 확인하고, 스마트폰에 자녀들에게 유해한 어플리케이션이 다운로드 되어 있는지만 신경을 쓰며,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이라는 형식 그 자체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미디어의 이해>는 이와 같이 사람들이 미디어의 내용에만 몰두한 채, 미디어 자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듯 행동하는 현상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이것이 우리가 미디어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미디어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인 대응, 즉 <중요한 것은 미디어들이 어떻게 사용되는가이다>라는 식의 대응은 기술에 대한 백치의 감각 마비 상태이다. 왜냐하면 미디어의 <내용>이란, 강도가 정신을 지키는 개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해 사용하는 맛있는 고깃덩어리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이해』, 민음사)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인간 생활의 전반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만큼의 큰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문자를 예시로 한번 살펴볼까요? 문자 문화가 정착되기 이전의 인류는 부족 중심의 사회였습니다. 맥루언은 이러한 부족 사회에 문자 문화의 정착이 야기한 변화에 주목합니다. 문자 문화의 도입은 기록을 보존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는 것에서도 의미를 가지지만, 문자를 읽으며 사유하는 것에 중점을 둔 개인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아주 큰 파급력을 가져왔습니다. 문자 이전에 말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소리였습니다. 상대방과 가까이서 소리를 통해 내 뜻과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죠. 하지만 문자가 생기고 나서는 더 이상 상대방의 소리를 듣기 위해 가까이 모일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문자에 의한 탈 부족화’입니다.

“문자 문화의 기술에서 서구인은 상대방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행위하는 힘을 획득했다.” (『미디어의 이해』, 민음사)

이와 같은 이유로 맥루언은 미디어를 ‘인간의 확장’이라 표현합니다. 바퀴의 발명은 발의 확장이고, 옷은 피부의 확장입니다. 그리고 문자는 눈의 확장인 셈입니다. 이렇게 인간 감각의 확장으로 인한 변화가 일어나면 자연스레 사고방식과 행동에도 변화가 생기게 되죠. 바퀴와 옷, 그리고 문자가 역사 안에서 우리 인간 사회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인류는 이제 인터넷을 필두로 한 전기 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기 미디어는 탈 부족화 되었던 인류를 다시 재결합시키고 있죠.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수백 킬로미터가 떨어진 곳에 서로 떨어져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과 스마트폰 클릭 한 번으로 소통하고, 그의 모습을 관찰하고, 웃고 떠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부 기관이나 특정 사람들에게만 현실이었던 ‘지구촌’이, 이제는 어린 초등학생부터 고령의 노인들에게까지 모두 현실이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외국인들의 일상 대화가 자막이 달려서 나오고, 유튜버들은 자신들의 해외여행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며 구독자들이 마치 함께 세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합니다. 

“사실 우리가 인구에 관심을 쏟게 된 것은 결코 그 숫자의 증가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전기로 인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개입하게 되었고 그 결과 서로 아주 가깝게 생활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디어의 이해』, 민음사)

맥루언의 미디어에 대한 분석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분명 반론의 여지가 있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인간은 미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미디어는 우리 삶을 너무나도 쉽게, 그리고 조용히 변화시킵니다. 지금과 같은 스마트폰, SNS가 없던 시절이 어땠는지 잘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이죠. 이러한 미디어의 변화를 단순히 기술의 발전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미디어에 지배당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여러분의 사고방식, 생활방식은 이전과 비교하여 어떻게 바뀌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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