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갇힌 뛰어난 여성들에게 ‘자기만의 방과 돈’이 주어지면 어떤 일이 생겨날까? 미생물학자이자 래드클리프 대학 총장인 메리 번팅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가 보기에 ‘뛰어난 여성 학부생들이 집안일을 돌보느라 학업과 경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1960년, ‘지적으로 추방당한 여성들’을 위한 전례 없는 장학프로그램을 발표한다. 참여한 여성들에게는 오늘날 가치로 약 2만 5000달러에 상당하는 3000달러가 주어지고, 하버드 도서관 출입 자격과 개인 작업실이 제공됐다. 이 책은 바로 이 프로그램의 1, 2기에 참여했던 이들 중 다섯 명의 여성들을 주목한다. 산후우울증과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고 대학 학위가 없었던 앤 섹스턴, 집안일을 하며 시를 썼던 맥신 쿠민 등등이 그 주인공. 책은 단순한 업적 조명에 그치지 않는다. 고립된 여성들이 서로 교류하며 생기는 우정과 사랑, 사회 참여와 예술적인 실천의 순간이 담긴다. 논픽션이지만 이성과 감정을 움직일 텍스트다.
■ 동등한 우리
매기 도허티 지음 | 이주혜 옮김 | 위즈덤하우스 펴냄 | 440쪽 | 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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