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일부러 선택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피로 맺어져 식구가 된 사람들, 혹은 혈연은 아닐지언정 한 시절 한 밥상에서 어떻게든 같이 끼니를 해결해야 했던 식구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동시에 모진 가난에 상하거나 찌그러지지 않고, 끝내 살아 버틴 한 모녀의 감동적인 일대기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저 딱 떨어지는 1인분의 삶만은 아니다. 숱한 슬픔과 고통이 생을 갉아먹어 0.5인분, 제로에 수렴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우리들의 삶을 충만하게 불려주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어 우리는 한 번의 삶에서도 몇 생의 인연과 위안을 업고 살아간다. 저자는 그렇게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만들어준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고 추억을 소환하며, 곡진하게 세상의 딸아들과 부모를 위로한다. 그간 살아내느라 수고 많았다고, 가난과 슬픔과 눈물은 생에 끝이 없을 테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서로의 힘으로 끝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 엄마의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
이순하 지음 | 이야기장수 펴냄 | 264쪽 | 1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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