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왜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책을 왜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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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의 종합독서율(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은 43%로, 지난 2021년 대비 4.5% 감소, 1994년 독서 실태조사를 실시한 이래 가장 낮은 기록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우리의 즐길거리는 교체되어 갔다. 본방사수하던 드라마, 두툼한 소설책, 친구들과 뛰어노는 시간 대신에 짧고 화려한 영상 콘텐츠,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웹툰과 웹소설, 1회에 60분씩 보지 않아도 되는 드라마 요약본이 그 자리를 차지한 걸 보면 말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여러 공공기관에서는 책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독서문화의 현재를 바라보면서, 책이 중요하고 독서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하지만 누군가는 아니, 앞서 언급한 통계를 봤을 때 대부분은 다소 영혼 없는 말잔치와 행사로 여길 것이 뻔하다.

누군가가 왜 책을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기자의 경우 일과 관련돼서는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서,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일을 벗어나서는 ‘기분전환’이라는 단순한 이유를 댈 것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 혹은 책과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 납득할 수 있을 만한 필요성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여전히,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는 이동진 평론가의 영상을 접하게 됐다. 그리고 그는 독서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왜 글을 읽어야 할까? - 글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지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시대의 기준이 되는 문자를 제외하면 문명도, 문화도 다룰 수 없다. 대략 6~7천 년 전부터 인간은 문자를 읽기 시작했는데 넓은 의미에서 독서 행위를 시작한 시기가 그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문명 이후의 인간에게 문자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고도의 지적인 행위이며, 독서는 인간의 두뇌 활동을 활성화하고 고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왜 책의 형식을 갖춘 글이 중요할까? - 말과 직접 경험을 통해서도 지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나무위키나 강의가 책을 대신할 수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 이동진 평론가는 동의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보가 지나치게 많은 현대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의 체계와 진위 여부이다. 예전에는 어떤 상황에서 지식 자체를 발견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면, 요즘은 포털에서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무위키와 책을 비교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빠르고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나무위키를 통해 정보를 얻곤 한다. 인터넷 정보의 실시간성과 상세성이란 강점은 책보다 인터넷이 더 유용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이들은 정보의 특정화가 어렵다. 그 많은 지식들 중에 내가 정말 알아야 할 지식이 무엇인지를 나무위키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지식을 ‘밥’이라 가정했을 때, 집중된 지식이라면 나무위키의 지식은 ‘낱알’ 즉, 정리되지 않은 지식인 것이다. 반면 책은 정제된 형태로 여러 단계를 거쳐 밥을 만드는 것과 같다. 품질이 보장된 정보를 원한다면 책을 추천한다고 그는 말했다.

또한, 일반인은 전문적인 영역에서 지식의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 온라인상에서나 책 속에서도 정보는 늘 진위 판별이 요구된다. 서로 다른 책들끼리 상충하는 문제나 떠도는 얘기를 저자가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서 그냥 책에 실린 경우들이 그러하다. 그런 면에선 책도 진위 판별의 문제가 있지만 책의 잘못된 지식 비율보다 인터넷의 잘못된 지식의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익명일 때와 아닐 때의 책임감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이동진 평론가가 말하는 책의 효율적인 부분만 봐도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우리는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 또한 책을 통해 할 수 있다. 그러니 조금씩 책과 익숙해지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 너무 두꺼워 손대지 않았거나 보고 싶긴 한데 내 취향은 아닐 것 같아서 미뤄둔 책을 한 번쯤 집어보는 것으로 그 시작을 해보는 것이다. 그 책이 내 마음에 쏙 든다면 나라는 사람의 폭을 넓힐 것이고, 아니라면 나의 취향을 확고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까. 또는 이런 사람도,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하고 이해할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르니까.

4월은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도서관의 날’과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는 달이다. 하루쯤은 스마트폰을 멀리 치워 놓고 책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하나 골라 읽어보자. 바쁘다는 핑계는 잠시 넣어두고.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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