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이어 고려사 담아낸 박시백 작가 “고려는 작지만 강한 나라”
조선사 이어 고려사 담아낸 박시백 작가 “고려는 작지만 강한 나라”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4.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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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 고려청자, 궁예의 나라, 그리고 최근에 방영된 KBS ‘고련거란전쟁’까지. 모두 ‘고려’하면 쉽게 떠올리는 것들이다. 그런데 고려시대가 흥성하고 쇠망한 역사적 흐름과 그 안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일들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물론 조선사나 한국사만큼 잘 정리된 역사서가 많지 않고, 고려의 유물과 유적지들 대부분이 오늘날 북한 지역에 소재하여 쉽사리 접할 수 없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 역시 덜했던 것도 사실이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으로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박시백 작가의 고려사 이야기는 겉으로만 고려를 알아왔던,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독자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지난 17일 박시백 작가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휴머니스트출판그룹 사옥에서 『박시백의 고려사』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정사(正史) 사료를 기반으로 고려시대를 복원한 책은 고려역사 500년의 역동성과 자주성을 온전히 재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뜻이 담겨 있다.

17일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휴머니스트출판그룹 사옥에서 열린 『박시백의 고려사』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박시백 작가가 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휴머니스트]
17일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휴머니스트출판그룹 사옥에서 열린 『박시백의 고려사』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박시백 작가가 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휴머니스트]

“제게 고려시대로 가서 살아보라고 하면 살고 싶은 시기를 고르기 어려울 정도로 항상 국난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고려라는 나라가 500년이나 존속할 수 있게 한 힘, 이것이 고려의 정체성이 아닐까 생각해요. 작지만 강한 나라였죠.”

박시백 작가는 이같이 말하며 양규 장군을 예로 들며 말했다. “양규 장군은 고려라는 나라를 잘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데, 계속되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양규 장군과 비슷한 인물들이 종종 등장하죠. 끊임없이 어려운 시기임에도 나라를 지키고, 나아가 강한 나라를 만든 그런 힘이야말로 고려가 우리에게 물려준 유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책은 ‘고려사’, ‘고려사절요’의 소개서이기도 하다”며 “조선왕조실록의 경우 제 나름의 해석을 첨가했지만, 이번에는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박시백의 고려사』는 ‘고려사’ 139권 75책과 ‘고려사절요’ 35권 35책의 기록을 세세하게 담아낸 책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익히 알던 부분이 만화 속에는 다르게 표현되기도 한다. 드라마 ‘태조 왕건’ 속 궁예의 모습과는 다르게 안대를 차지 않은 궁예의 얼굴, 용과 같은 얼굴에 넓은 이마의 태조 왕건이 등장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작가가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물들을 묘사한 건 궁예가 안대를 찼다는 역사적 기록을 찾을 수 없을뿐더러 그럴 가능성도 낮지 않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

또한, 박시백 작가는 재평가하고 싶은 인물로 김부식을 꼽았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묘청의 난을 진압한 김부식을 사대주의자로 폄하했지만, 작가는 “김부식은 정치가로서나 학자로서나 당대 최고 인물이었다”며 “삼국사기를 편찬할 때 삼국 중심의 시각을 유지하려 했고, 묘청의 난 진압 과정에서는 백성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고려사를 그려내면서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인물로는 태조 왕건을 꼽았다. “고려의 건국자인 태조 왕건은 삼한을 통일해야 한다는 시대의 요구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한 지도자로, 어느 상황에 어떤 처신과 전략이 필요한지 분명히 알고 있는 훌륭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왕이 아닌 인물로는 정몽주를 언급했다. “고려가 무너져가는 상황 속에서 정몽주는 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에너지의 힘을 다 보여준 최고의 정치가였다”라고 말했다.

휴머니스트출판그룹 김학원 대표는 “이번 완간을 통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려사에 대한 관점이 재인식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고려의 역사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유산으로 남았는지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조선왕조실록 이후 역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박시백의 고려사』 또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역사적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시백 작가는 “이제는 ‘역사’ 외에 다른 분야를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앞으로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역사만화를 계속해서 그릴 것”이라며 다음 작품은 1930년대 해방 이후의 근현대사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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