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칼럼] 아이의 울음소리가 반가운 도서관
[기자의 칼럼] 아이의 울음소리가 반가운 도서관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4.03.2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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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독서 4월호의 표지를 장식한 한국도서관협회 곽승진 회장은 독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적막한 도서관은 이제 옛말”이라며 “도서관은 읽고 쓰고 묻고 배우고 만들고 토론하고 경험하고 발견하고 검색하고 탐험하고 창작하고 운동하고 놀고 노래하고 춤추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를 읽으며 소란했던 어느 도서관에서의 일화가 떠올랐다.

주말을 맞아 의정부 민락동에 위치한 ‘의정부미술도서관’을 찾았다.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왜 ‘의정부의 보물’이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3층까지 시원하게 뚫린 천장과 18세기 귀족의 저택에서나 볼법한 나선형 계단, 각종 미술 서적과 기하학적이고 알록달록한 가구에 나는 압도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미술이라는 테마에 충실하게 기획된 전시회를 도슨트의 해설과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에 있는 의정부미술도서관 내부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에 위치한 의정부미술도서관 내부

도서관을 충분히 둘러본 뒤 흡족한 마음으로 푹신한 의자에 몸을 묻고 이 황홀한 공간에서의 독서를 만끽했다. 그런데 갑자기 터져 나온 아이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귀를 찔렀다.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울리는 것으로 보아 양육자가 우는 아이를 황급히 화장실로 데려간 것 같았다. 허겁지겁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있을 양육자의 당황한 얼굴이 눈에 선했다.

여전히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자 책을 잔뜩 쌓아놓고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보던 중년 남성은 한숨을 푹푹 쉬더니 “왜 여기에 애를 데려와서…”, “시끄러워 죽겠네” 등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나까지 눈치 보이고 초조해졌다. 나도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데 하물며 양육자는 얼마나 조마조마할까.

문득 ‘도서관이 아이를 데려오면 안 되는 장소였나?’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내가 갔던 도서관에서 아이는 잘 보이지 않았다. 보통 성인 전용 도서관과 어린이 전용 도서관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느 순간부터 음식점, 카페에서도 아이를 찾기 힘들어졌다. 이런 어른들의 구시렁거림에 우후죽순 생긴 노키즈존 탓이리라.

하지만 곽승진 회장의 지론처럼 도서관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곳이다. 자신의 책을 가지고 와서 혼자 조용히 보고 가는 곳이 아니라 사서,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창의력을 발산하는 곳이다. 그러니 도서관이 적막하지 않고 소란스러운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 유독 아이가 많은 이유 역시 도서관보다는 서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분위기 덕분이다. 3층에는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카페가 있고, 그곳에서 내려온 향긋하고 고소한 커피 냄새가 공간을 메운다. 매트가 깔린 어린이 코너에는 신발을 벗고 엎드려 빨려 들어갈 듯 교육용 만화책을 탐독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에게 속닥속닥 책을 읽어주며 감상을 묻는 엄마가 있다.

나조차도 답답한 집을 떠나 이곳에 오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인데, 하루 종일 육아를 하느라 집에 메어있어야 하고 더구나 노키즈존까지 피해 다녀야 하는 양육자와 아이에게 이곳은 얼마나 한 줄기 빛 같은 공간일까? 이런 생각이 드니 이곳이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머물러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이 '의정부의 보물'이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어른 전용, 노키즈존과 같은 규제로 어른과 아이를 분리하지 않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서관이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아이의 울음소리는 정숙한 분위기를 깨고 독서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은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도서관이라는 것은 곧 아이의 웃음소리도 들을 수 있는 도서관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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