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자전거를 사기로 결심한 작가. 그런데 왜일까. 막상 눈앞에 있으니 타기가 싫다. 결국, 비싼 돈 주고 구매한 새 자전거는 비좁은 현관에 방치된 채 쓸쓸히 낡아 간다. 이러한 저자의 스토리, 물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과 꽤 닮아있다. 집 앞에는 택배 상자가 끊이질 않고, 지구를 걱정하며 일회용품 대신 영영 썩지 않을 텀블러를 집에 쌓아두는 것처럼. 저자는 입으로는 환경을 걱정하면서 그 정반대의 행동을 일삼는 지구인들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뼈 때리는 일침을 날린다. 그렇다고 이 책의 제목처럼 현실에 낙담한 태도만을 보이는 건 아니다. 저자의 다정한 독설엔 정말 지구를 구할 해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도 담겨있으니까.
■ 해냈어요, 멸망
윤태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펴냄 | 240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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