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괜찮을 준비가 됐다면
혼자여도 괜찮을 준비가 됐다면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2.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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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행정안전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지난해 12월 기준 주민등록상 우리나라 전체 세대 중 1인 세대의 비중이다.

1인가구 600만 시대를 넘어서면서 성별, 연령, 지역 등에 따라 삶의 방식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혼자 반려동물을 키우며 산다고 해서 반드시 비혼주의자인 것이 아니듯 각자 자기만의 방식대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다. 결국, 어떤 삶에도 정답은 없다. 혼자서도 완전해지기 위해 우리에게 더욱 다양한 삶의 방식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여기, 누구보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기만의 방식대로 험난한 현실을 꿋꿋하게 살아내는 1인이 있다.

책 『9평 반의 우주』는 자취 4년 차 청년의 고군분투기를 담은 에세이로, 서툴지만 혼자 생활하고 혼자 결정해야 하는 일상을 담아냈다. 녹록지 않은 어른의 길에서, 취향과 욕망 사이에서 단단히 중심을 잡아가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는 독립을 꿈꾸거나 현재 자기만의 우주를 만들어가고 있는 동시대 모든 ‘혼자’에게 공감을 전한다.

내가 동경하고 선택한 도시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고 싶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혼자 해내지 않으면 내 삶을 내 몫으로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선택하고, 그에 책임을 다하는 과정이 독립의 전부일 테니까.

공간과 인간관계, 소비패턴이 갑작스럽게 바뀌면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담스러운 건 이 많은 변화가 혼자 안고 가야 하는 수많은 선택지라는 것이다. 매 끼니는 어떻게 해결할지, 어느 정도 가격대의 가구를 살지, 누구를 만날지가 모두 ‘나’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한 자취는 백지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 같은 완벽한 자유의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이어지는 자잘한 선택을 현명하게 해내야 한다는 불편한 부담감도 함께 가져다준다. 이렇듯 ‘확신 없는 선택’은 명쾌한 답을 주지 않은 채 고스란히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

이외에도 그릇, 수저 세트, 쓰레기통, 욕실 슬리퍼, 발 매트 등등 취향 주권을 지키기 위한 사투는 계속됐다. 집에 돌아와 무채색 전리품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신고식을 치른 느낌이었다. 마음에 쏙 드는 나만의 우주를 만들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관문. 나를 가장 사랑하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노’를 외치는 것. 까다롭게 구는 딸에게 조금 서운했을진 모르지만 부모님도 조금쯤 깨닫지 않았을까? 품 안의 자식이 어느새 자기 세계를 꿈꾸는 어른이 됐다는 걸.

‘취향이 단단해질 때 삶은 구체성을 띤다’라는 말처럼 혼자 사는 일은 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명료하게 드러나게 해준다. 좋아하는 음악, 책, 여행, 취미처럼 단편적인 것부터 시작해 사람 취향, 사랑 취향, 싫음에 대한 취향, ‘나’라는 사람에 대한 취향까지. 우리의 일상은 취향으로 채워진다.

그렇다고 단순히 선호하는 선에서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취향이 확고해진다는 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 마음의 방향에 충실한 태도이자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며 나와 잘 지내자는 마음이기도 하다. 저자는 외부자극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남들의 기준에 나를 맞추지 않을 때, 우리의 내면은 한층 단단해진다고 말한다. 나답게, 흔들림 없이, 균형 잡힌 삶은 생활에서 얻은 취향과 그 취향이 다듬어준 조화로운 일상에서 시작된다.

그럴싸하지 않아도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면, 우리는 어디서나 두 다리를 땅에 딛고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다.

1인분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고, 때로는 우리의 우주가 비좁고, 매력 없고, 꿈꿔왔던 것과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먹이고, 입히고, 지키며 발견해낸 이유 있는 삶의 방식은 이 넓은 세상에 온전한 내 것 하나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그것이 공간이든, 사람이든.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독립’은 다른 곳, 다른 삶을 꿈꾼다는 의미에서 한 걸음 나아간다. 내가 선택한 곳에서 내가 선택한 것들과 함께 잘 살아가는, 내 선택에 “책임을 다하는 과정이 독립의 전부”다.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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