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생각해보니 인간과 인간이 원하고 행하는 것이 내게는 움직임이 없는 잿빛 형상들처럼 보였습니다. <첫문장>
여인에게 얌전한 척하는 것보다 더 부자연스러운 것은 분명히 명백하게 없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어떤 내적인 분노 없이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일종의 악습입니다. [……] 그것은 단지 겉모습일 뿐입니다. 사랑의 불꽃은 결코 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깊은 잿더미 속에서도 불씨는 타고 있습니다. <46~47쪽>
“우리 둘 다 충분히 열정적입니다. 나는 열정 없이는 살고 싶지 않습니다. 자, 좀 봐요, 그래서 나는 질투와 화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정, 아름다운 교제, 감성, 격정 등 모든 것이 사랑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사랑 안에 있어야 하며, 하나의 요소가 다른 요소를 강화시키고 진정시키고 생명을 주고 고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74쪽>
그녀를 소유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을 얻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모든 것을 걸기로 결심했으며, 그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회적 규범 등 모든 종류의 속박에 대한 최소한의 생각조차 혐오했다. <79쪽>
그리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중에 갖게 되는 이런 사소한 갈등은 상대방에 대한 만족할 줄 모르는 열망 때문이 아니라면 어떻게 생기겠습니까? 이러한 열망이 없다면 사랑도 없습니다. 우리는 죽음에 이를 때까지 사랑하며 살 겁니다. 우리를 비로소 진실하고 완전한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사랑이고 삶 중의 삶이 사랑이라면, 삶과 인류가 그러하듯이 사랑 또한 분명히 갈등을 회피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랑의 평화도 오직 힘의 싸움을 겪은 다음에 나타납니다. <130쪽>
오늘 나는 사랑에 빠진 두 사람에 관하여 쓴 프랑스 책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우주였다.”
단순히 과장해서 그냥 막 적은 것처럼 보이는 그 말이 우리 사이에서 글자 그대로 실현되었다는 생각에, 그것은 내 눈길을 확 사로잡았으며 감동을 주고 미소를 짓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본래 프랑스인들의 정열을 감안하면 글자 그대로 진실입니다. 그들은 다른 모든 것에 대해서는 감각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상대방에게서 자신의 우주를 발견합니다. <135쪽>
내가 당신을 느낄 수 있다면 고통을 환영합니다! 연민이 고통스러우면 그것 때문에 내가 죽어도 좋습니다. <176쪽>
[정리=한주희 기자]
『루친데』
프리드리히 슐레겔 지음 | 박상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 234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