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삶이 나도 모르게 쓰인 한 편의 드라마 같을 때가 있다. 때로 드라마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책은 저자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지지해 주던 배우자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저자에 관한 기억만 잃은 채로 살아가면서 시작된다. 하나 감당하기도 힘든 불행한 일들이 연이어 찾아올 때면 ‘왜 하필 나일까’ 싶은 마음에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자기 연민에 빠져 있기보다 처한 상황들을 매 순간 날카롭게 탐구하면서 특유의 강인함과 인내력으로 지낸다. 어떤 일이 반드시 일어나야만 하는 것이라면 그 속으로 휩쓸리는 대신 위로 올라서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렇게 저자가 자신만의 세계를 지키려 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시대에 퇴색되어 가는 사랑의 본질과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각본 없음
아비 모건 지음 | 이유림 옮김 | 현암사 펴냄 | 372쪽 | 1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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