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0세대 페미니스트, 최초의 여성 세계 여행가, 교육자, 독립운동가, 그리고 여러 소설과 산문으로 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작가… 다방면에서 재능을 꽃피우고, 그만큼 다양한 정체성으로 강렬한 발자취를 남긴 정월 나혜석의 산문집이다. “인생은 가정만도 인생이 아니오, 예술만이 인생이 아니다. 이것저것 합한 것이 인생이외다”라는 정월의 말처럼, 책은 나혜석의 한 가지 면모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의 이것저것을 조명한다. 그래서일까. ‘여성화가’라는 수식어를 잠시 내려두고 그의 생각과 일상을 접하다 보면, 우리가 한 번쯤은 고민했던 문제와 맞닿게 된다. 100여 년 전 그가 치열하게 숙고했던 주제는 여전히 우리도 싸우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자아에 대해 끊임없이 숙고하고 있다면 그의 내면을 잠시 엿보는 것도 좋겠다.
■ 경성에서, 정월.
나혜석 지음 | 이일상 펴냄 | 164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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