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코치] MZ세대가 빨리 번아웃에 빠지는 이유
[조환묵의 3분 코치] MZ세대가 빨리 번아웃에 빠지는 이유
  • 조환묵 작가
  • 승인 2024.02.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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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직장인과 이직 상담을 하다 보면 필자와 같은 기성세대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입사한지 몇 년밖에 안 된 사원·대리급 직장인이 번아웃(Burnout)에 빠져 퇴사했다는 하소연을 듣곤 합니다. 

번아웃은 그야말로 불에 타버린 재처럼 더 이상 타오를 수 없는 상황을 말합니다. 에너지와 감정이 완전히 소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감과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는 상태입니다.

과거에는 최소 10년 이상 죽을 만큼 일을 해야 40대에 찾아오는 육체적 정신적 탈진 정도로 기성세대는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겪는 일이고 잠깐 쉬고 재충전을 하면 회복할 수 있는 증후군으로 여겼습니다. 필자 또한 그런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요즘 MZ세대들의 조기 번아웃 호소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힘들게 입사한 회사를 금방 그만두는 MZ세대들이 마냥 편하게 자라서 정신력이 약한 것은 아닌지, 끈기와 인내심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MZ세대가 나약하고 철없는 세대로 보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LG경영연구원의 곽연선 연구원이 펴낸 책 『번아웃 세대』에서 MZ세대의 조기 번아웃이 단순히 개인의 특성이나 잘못이 아니며 집단적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증후군’으로 정의를 내렸습니다. 방치된 번아웃은 우울증, 공황장애, 두통, 복통 등 심각한 건강 문제로 번질 뿐 아니라 심한 경우 과로사, 자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번아웃 증후군을 겪어본 비율(2022년)
번아웃 증후군을 겪어본 비율(2022년)

왜 MZ세대를 번아웃 세대로 부를까요? 2022년 동아일보는 직장인 1,5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4.7%가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20~30대인 MZ세대는 43.9%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 MZ세대가 번아웃 세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MZ세대는 어릴 때부터 과도한 경쟁 속에서 자라고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이미 많은 학업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학업 번아웃 상태에서 회사에 입사하니 불과 몇 년 만에 업무 번아웃에 빠지고 맙니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무려 16년 이상 몸과 마음이 잿더미처럼 타버렸기 때문입니다.

산업화 시절에 태어난 기성세대는 고도성장기에 대학 졸업장만 있어도 쉽게 취업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대규모로 채용하여 취업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축복받은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요즘 MZ세대는 저성장이 고착화되어 일자리가 감소하고 신입사원 공채도 줄어들어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입니다. 경력직 수시 채용이 점차 확대되면서 인턴은 물론 1~2년간 직장생활을 한 후 중고신입으로 재도전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졸업 후에도 취업재수생으로 계속 도전하여 1년 만에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또 신입사원 평균 연령이 1998년에는 25세였는데 2020년에는 31세로 6세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반증해주는 통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세대가 일찍 번아웃에 빠지는 MZ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할지 모릅니다. 

이외에도 MZ세대에게 빨리 번아웃이 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업무량이 많아 과로하거나, 업무에 비해 적은 보상에 불만을 갖거나, 남들과 비교하여 연봉과 복지 등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완벽주의 성향에 따른 불안과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작용하거나, 자산 양극화로 인한 부의 불평등으로 좌절하는 등 많은 요인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MZ세대가 번아웃을 겪게 되면 업무에 대한 동기 부여가 저하되고, 냉소주의 같은 부정적 업무 태도를 보이며, 지각과 결근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이런 현상들이 심화되면 결국 퇴사로 이어지게 됩니다. 

실제로 퇴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를 하게 됩니다. 이는 물리적으로 퇴사하지 않았지만 받는 만큼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심리적 퇴사를 의미합니다. 

조용한 퇴사가 회사에 만연하면 개인을 넘어 조직과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심리 상담, 명상 프로그램 지원, 휴게실과 운동시설 같은 복지 제공 등은 개인에게 번아웃의 원인을 돌리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리더와 구성원 간의 주기적 소통이 중요하며, 리더의 지지와 공감이 필요하고,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인정, 조직 재설계 등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 학생들이 냉혹한 경쟁 교육, 고통스런 입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나라 교육 제도가 혁신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대표이사 & 헤드헌터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경력을 거쳐 헤드헌팅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터득한 직장인의 경력관리와
이직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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