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지 말아 주세요...책 『최소한의 선의』
선 넘지 말아 주세요...책 『최소한의 선의』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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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개 기사를 통해 법을 접한다. 물론 법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외의 사람들도 종종 법적인 일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대개는 보고 듣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기자 역시 기사를 통해 법을 접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종종 의문이 들곤 한다. ‘왜 저런 판결이 나왔을까?’, ‘형량이 너무 낮은 거 아니야?’와 같은. 때로는 보다 과격하게 그 의문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이는 분노는 고름이 생기기 마련이다.

『최소한의 선의』는 그런 우리의 불만을 꽤나 해소해준다. 책은 한 사회의 개인들이 공유해야 할 가치들은 무엇인지 법이라는 틀을 통해 예리하고도 통쾌하게 짚는다. 법이 각자의 신념을 주장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오늘의 사회를 바라보며 법이란 무엇이고, 법적인 사고방식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법이란 사람들 사이의 넘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선’인 동시에, 사람들이 서로에게 베풀어야 할 ‘최소한의 선’이기도 하다.

선의는 내가 타인을 위해 지켜줄 수 있는 것. 단지 내가 지켜야 하는 규칙이기도 하지만 저자의 언어를 빌리자면 그 규칙을 지키는 이유는 타인을 위해서가 된다.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품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가 타인에게 베풀어 줘야 하는 최소한의 선의, 그게 구현된 것이 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깐, 다시 말하면 법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한 ‘약속’이라는 뜻이다.

헌법은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약속이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약속. 오래된 이유는 고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률은 보다 쉽게 제정하고 개정할 수 있다.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이면 의결되고, 선거에 의해 다수당이 변화하면 법은 금방 바뀐다. 며칠 네티즌 여론이 들끓으면 발 빠른 의원 누군가가 급히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한다. 하지만 헌법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왜 이렇게까지 까다롭게 해놓았을까?

까다로워야 소수자가 보호받는다. 애들끼리 놀 때도 목소리 큰 애가 변덕스럽게 자꾸 규칙을 바꾸기 마련이다. 다수자의 편의를 내세워 소수자의 생존을 짓밟는 법을 입법할 때, 가장 강력한 반대 논리는 그건 헌법에 위반되니 정 바꾸고 싶으면 헌법부터 바꾸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론적 개념을 설정하기에 앞서 왜 그렇게 법이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숨겨져 있는 개념을 말해준다. 약속은 바꾸기 어렵고, 또 한 번 약속한 것은 수많은 사람의 행동을 제약하기 때문에 하나의 법이 가진 목적뿐 아니라, 그 법을 시행하면서 나타나는 파급력, 그리고 부작용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자유를 인정하되, 불가피한 상황에는 공공선을 위해 자유를 제한할 수 있게 했지만, 그럼에도 최소한으로 제약하는 방법만 인정한다. 찝찝한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당한 분노라 하더라도 반드시 '끝장'을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회는 나의 옮음에 동조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될 수 없다. 저자는 법은 나름의 역사와 논리를 바탕으로 짜여 있는데 그중 일부만을 가지고 내 생각을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말한다. 서로 이해하고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법은 오래전 사람들이 공유했던 생각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지금 우리가 공유하는 생각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서로 공유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선의는 ‘선’을 말해준다. 저자가 말하는 선이 내가 지켜야 할 선이 될 수도 있고, 남을 향한 혹은 나를 향한 선의가 될 수도 있다. 의견이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 비로소 좋은 대화가 된다는 말처럼, 최소한의 선의를 가지고 내 편이 아닌 사람을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약속은 혼자 할 수 없는, 여럿이 함께하는 일이니까.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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