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조그만 날갯짓은 세계 곳곳의 태풍이 됐다. 서울 양재동에서 시작된 독서포럼 나비는 대한민국에 1000여 개의 독서토론 모임으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북경나비, 상해나비, 런던나비, 시카고 나비, 몽골 울란바트로 나비 등 전 세계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첫 날갯짓을 일으킨 장본인은 바로 사단법인 대한민국독서만세 강규형 회장이다. 지금은 전 국민 독서운동, 독서교육 개발 및 운영, 전국독서모임 지원을 목적으로 대한민국에 10만 개, 아시아와 전 세계에 100만 개의 독서포럼 나비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이랜드 그룹에 1989년 공채 5기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부서장을 거처 독일 스포츠 브랜드 푸마 본부장을 역임하다가 푸르덴셜생명에서 보험 세일즈를 한 그가 독서모임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강규형 회장을 만나 물었다.
Q. 독서 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랜드와 푸마에 다닐 때는 주로 경영을 공부했는데, 푸르덴셜생명에서 보험 세일즈를 하게 되니 경영이 필요 없더라고요. 저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그 분야의 책을 적어도 50~100권은 읽고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여러 책을 봤더니 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노력 끝에 푸르덴셜생명에서 첫 달 120만 원의 급여로 시작해서 연봉을 4억 내외로 받게 됐어요. 저희 지점만 해도 연봉 2천만 원 받는 친구가 있었는데, 저와 약 20배 가까이 차이 나는 거죠.
주변에서 비결을 물어봐서 바인더로 자기관리를 잘한 덕분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여러 곳에서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하더라고요. 성공하는 사람들은 시간, 목표, 지식, 독서, 건강을 기록하잖아요. 저도 그런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서서히 체계가 잡혔어요. 지금까지 자기관리는 알아서 하는 분야였는데 제가 표준을 만든 거죠. 처음엔 짧은 강의로 시작했는데, 8시간짜리 그다음엔 3개월짜리 강의가 생겼어요. 그 외에도 바인더를 다루는 강의 등 다양한 강의가 있어요.
Q. 독서포럼 나비는 ‘나로부터 비롯되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름을 지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비는 히브리어로 ‘선지자’라는 뜻인데요. ‘눈과 귀가 열리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또한 나비는 변화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죠. 알에서 애벌레로,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진화해 비로소 나비가 되니까요.
암컷 나비가 낳는 알은 보통 100개~1000개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모든 알이 나비가 되는 것은 아니죠. 이 중 3%만이 나비가 되는데,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은 많지만 결국 성공에 이르는 사람도 3%라고 해요. 끊임없이 학습하고 변화하며 성장하는 사람만이 성공을 성취할 수 있다는 뜻을 담았어요.
Q. 2009년에 시작된 독서포럼 나비는 14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현재 회원 수는 몇 명인가요?
나비는 회원 수를 알 수가 없어요. 2009년도에 시작했으니까 햇수로 지금 16년째인데도 회원 수를 모르는 이유는 저희가 약한 연대이기 때문이에요. 느슨한 연대에 강력한 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국내에는 큰 모임도 있고 작은 모임도 있는데, 다 합치면 한 1000여 개 정도 돼요. 몽골에는 한 200여 개가 되고요. 저희는 장차 대한민국에 10만 개, 아시아와 전 세계에 100만 개의 나비를 만드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Q. 독서포럼 나비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요?
최근 들어서 소외와 외로움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외로움은 담배 15개비를 피는 것만큼 해롭다고도 하는데, 만약에 우리가 독서 공동체를 지역마다 촘촘하게 만든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가 나비를 통해 사회 각계각층의 리더가 배출된다면 사회 전역에 깨끗하고 투명하고 성과도 있고 생산성도 있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독서포럼 나비는 선정 도서를 매우 엄격하게 지정하는 것 같습니다. 회원들이 직접 정하지 않고 도서선정위원회를 두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한 실용서 위주로 선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고전 책도 해봤어요. 두꺼운 책에 도전해 봤는데 절반이 줄어버려요. 모임에 안 나오는 거죠. 아직도 독서 훈련이 안 된 사람들이 많아요.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도 있거든요. 이런 분들에게 갑자기 『일리아드』 같은 고전을 읽으라고 하면 못 따라오거든요. 그래서 가볍지만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그런 책들을 선정하려고 애를 쓰는 거죠. 그리고 책 선정에 있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나비 참여자나 나비에서 교육받은 사람이 쓴 책이 200권 이상은 나왔을 거예요.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독서 모임에서 다 함께 읽을 도서로 선정하지 않아요. 철저한 선정 과정을 거치죠.
Q. 독서포럼 나비에는 매주 토요일 새벽 6시 40분에 모임을 시작하는 ‘새벽 문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하는 교육 중에 시간 관리가 있거든요. 시간 관리 강의의 핵심은 ‘기우새’에요. 바로 시간을 기록하는 것, 그다음에 두 번째가 우선순위, 세 번째가 새벽 인간이거든요. 그중에서도 새벽형 인간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새벽의 1시간은 오후의 3배의 효율이 있다고 얘기를 해요. 그래서 새벽에 글쓰기, 운동 등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 효과가 좋죠.
저희 독서 모임이 6시 40분에 시작을 하는데, 처음에 몇 시에 시작할까 의논했어요. 7시에 만날지 8시에 만날지 회의하고 있는데 저 끝에서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조용히 손을 드시는 거예요. ‘저도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하셔서 그러시라고 했더니, ‘제가 일산에 사는데요. 첫 차를 타고 여기 양재에 딱 도착하면 6시 40분이 돼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오케이, 6시 40분 갑시다’라고 했죠. 그때부터 모임 시작 시간이 6시 40분이 된 거예요. 물론 저녁에 하는 팀도 있고 더 일찍 하는 팀도 있고 팀마다 다르지만, 아무튼 6시 40분이 저희의 공식적인 모임 시간이에요.
Q. 독서포럼 나비에서는 시작 전 체조를 하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 게 아니잖아요. 연결돼 있죠. 체조로 잠자던 몸을 깨우고 활성화한다는 의미가 있어요. 또한 옛날에는 ‘지덕체’라고 헀다면 요즘은 ‘체덕지’라고 하잖아요. 그만큼 체력이 중요하다는 뜻이죠. 또한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라는 책이 있어요. 이 책에서 ‘공부는 쿵푸, 곧 몸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공부를 하되 몸을 단련하고 인생을 바꾸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저희가 간단한 체조를 하고 독서 모임을 하게 된 이유죠.
Q. 독서 모임 마지막에 ‘공부해서 남 주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박수를 치는 ‘책박수 문화’가 있습니다.
모임이 끝나면 다 같이 ‘공부해서 남을 주자, 공부해서 남을 주자, 파이팅’이라고 외치거든요. 보면 굉장히 재밌어요. 많은 사람들이 여태까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냐면 ‘이놈아 너를 위해서 공부해야지’라면서 키웠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말자. 적어도 우리 자녀들은 공부해서 남을 주라고 가르치자 라고 생각한 거죠.
Q. 독서 모임 풍경을 보면 책상 위에 책과 함께 올려진 ‘바인더’를 볼 수 있는데요. 강규형 대표님께서는 스포츠업체 대표, 수억 원 연봉의 보험설계사가 될 수 있었던 비결로 바로 이 바인더를 꼽으셨습니다. 독서에 바인더를 적용하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손흥민 선수가 슬럼프에 빠져도 다시 잘하는 이유는 기본기가 탄탄한 덕분이죠. 손흥민 선수 아버님 손웅정 씨도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라는 책을 내셨어요. 이렇게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기본이 중요한데, 인생과 비즈니스의 기본은 무엇일까요? 바로 기록 관리, 시간 관리, 목표 관리, 독서 관리에요. 이 관리에 아주 유용한 도구가 바인더고요. 바인더를 통해 내 일정 속에 독서를 집어넣으니 시너지가 날 수밖에 없죠. 또한 바인더를 통해 1년에 10권을 읽겠다든지 독서 목표를 가지니까 독서량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렇게 바인더를 만들어 놓으면 곁에 두고 늘 보니 내면화가 돼서 인생을 살아가는 아주 유용한 무기가 되는 거죠.
Q. 독서신문은 반세기 동안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독서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독서신문이 1970년도에 시작해서 53년간 지속됐다는 게 참 놀라웠어요. 1970년대를 생각해 보니까 제가 7살 때더라고요. 그때 세끼 밥 다 못 먹는 사람 많았어요. 그렇게 가난하고 힘든 시기에 독서신문을 시작해서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 참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독자로서 대한민국 독서 진흥을 위해 이렇게 자리를 지켜줬다는 것이 참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독서신문 고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