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고 싶다면…그릿(Grit)말고 퀴팅(Quitting)하세요
성장하고 싶다면…그릿(Grit)말고 퀴팅(Quitting)하세요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4.02.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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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사직은 이렇다.
업무를 하나 더 맡아서 하느니 차라리 지구 중심부까지 흘러내리는 게 더 낫겠다는 그 익숙한 느낌이 찾아들면, 그냥 일을 놓는 것이다.
이메일에 답장도 하지 않고 담당자에게 이렇게 말할 거다.
“그거 아세요? 저, 오늘이 마지막 날이에요.”
그런 다음 업무용 앱에서 로그아웃한다.
영원히.

최근 직장생활을 하는 MZ 세대 사이에서 이슈가 된 용어가 있다. 바로 ‘콰이어트 퀴팅’(Quiet Quitting)이다. ‘콰이어트 퀴팅’이란 정해진 시간 동안 책임 범위 이상으로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디까지나 소극적인 업무관을 뜻할 뿐 진짜로 퇴사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사표를 내진 않더라도 언제라도 짐을 쌀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콰이어트 퀴팅’을 넘어 ‘퀴팅’이 필요하다는 책이 출간됐다. 바로 줄리아 켈러의 『퀴팅』이다.

책은 저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영문학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저자는 혼자 살던 집 방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에 젖은 수건을 들고 집으로 전화해 그만두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오랜 고민 끝에 대학원 생활을 그만두고 탐사보도 전문 기자의 밑에서 인턴으로 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작은 마을의 신문사에서 일했고, 이직 끝에 〈시카고 트리뷴〉에서 기자로서 최고의 이력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저자는 다시 기자를 그만두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의 첫 소설은 우수한 데뷔작에 주어지는 ‘배리어워드’(Barry Award)를 받고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퀴팅’, 즉 그만두는 것이었다.

그 후에도 저자는 몇 번의 퀴팅을 더 경험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인생은 조금씩 확장되었다. 이를 통해 인생에서 다음 단계의 문을 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의 단계를 끝맺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처음 그만두었을 때의 두려움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음을 떠올리며, 왜 우리는 그만두는 것에 공포를 느끼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150여 명에 달하는 전 세계의 신경과학자, 진화생물학자, 심리학자를 인터뷰하여 ‘퀴팅’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헤쳤다. 또한 퀴팅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전략적 선택으로써 ‘퀴팅’의 유용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릿’(Grit, 끈기)을 인생의 정답으로 알고 사는 현대인에게 진정으로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채택해야 할 전략으로서 ‘퀴팅’(그만두기)을 제안한다.

“여러분은 어려서부터 끈기가 성공의 열쇠라고 들었다. 그만두기는 나쁘다고 주장하는 책을 읽고 팟캐스트를 듣고 유튜브 영상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만두기의 모습은 더 복잡하다. 결국 퀴팅은 새롭게 시작하는 방법이자 자신이 누구인지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사이에 선을 긋는 일이다. 집중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감지했기 때문에 그만두는 것이다. 그러니 필요하다면 언제든 그만두자.”

퀴팅은 언제, 어째서 실패라는 말과 동의어가 됐을까? 실제로 그만둔 사람들은 문화적 압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것을 떨쳐낼 수 있었을까? 이 책은 과학의 최전선에서 얻은 퀴팅 관련 최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애당초 우리가 어쩌다가 ‘그릿’이라는 개념에 헤어 나오지 못하는지 탐구한다.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끈기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 전략’이니 꼭 붙들고 있으라 훈계하는 미디어의 위협적인 메시지와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협박성 요점 정리를 차단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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