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레의 육아에세이] 개인의 육아
[스미레의 육아에세이] 개인의 육아
  • 스미레
  • 승인 2024.01.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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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하는 비싼 옷을 입지 않아도 근사한 사람이 있다. 낡은 옷을 대충 입었는데 싱그러운 향기가 난다거나, 몸가짐이 우아하다든가, 좋은 영화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을 우리는 스타일리시하다고 부른다.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스타일이 멋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육아는 ‘스타일’이다. 육아에는 부모 된 이의 정신이 오롯이 담긴다. 한 사람의 태도와 가치관을 담는 가장 큰 그릇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노하우나 정보가 좀 부족하더라도 스타일 있는 육아를 흠모하는 이유다.

바야흐로 취향의 시대다. 사람들은 입은 옷으로, 먹은 음식과 읽은 책으로, 어느 때보다 기쁘게 자기만의 시선과 방향성을 드러낸다. 육아에서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는 건 멋진 일인데 그런 자부심을 가진 사람은 어쩐지 드문 것 같다. 왜인지 몰라도 육아라는 영역만 그렇게 오도카니 남겨졌다. 언제나 ‘남들만큼’ 혹은 ‘남들처럼’ 하는 게 최선이라고 여겨진다.

불어 전공이라 학교에서 프랑스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이십 대 초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개인의 철학과 스타일이 확고한 사람들이란 느낌이 강했다.

자기 계발서가 흥하던 시절의 일이니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다양한 자기 계발서를 손에서 놓지 않던 나와 달리 프랑스인 친구는 고전을 즐겨 읽었다. 왜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느냐는 내 물음에 그 친구는 “내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뒷말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만의 답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건데, 남이 주는 답을 보면 어떡하냐’는 뉘앙스였다. 그때 내가 읽던 『여자라면 ○○○처럼』 류의 책 제목을 보고는 “○○○? 왜 네가 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라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내겐 신선한 반응이었다.

최근 한 책에서 프랑스 서점에는 이상할 정도로 육아서가 보이지 않는다는 구절을 읽었다. ‘프랑스인들은 마치 육아의 매뉴얼 같은 것은 필요 없는 국민 같다’는 저자의 말에 그 친구가 떠올랐다. 그들은 육아를 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과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몇 해 전 유행했던 프랑스 육아법은 잘 모른다. 그러나 노하우야 어찌 됐든, 그것이 ‘개인의 스토리와 스타일이 있는 육아’라면 조금 부러워질 것 같기도 하다.

수많은 육아서에 의존해 온 내가 얻은 것도 결국, ‘육아는 개인적 경험’이라는 것이다. 홀로 좌절하고 이해하고 부딪히며 자신의 지평을 넓히는 일, 그러다가 나에게 조금씩 더 닿게 되는 일. 누구도 나와 아이를 위해 딱 맞는 밥상을 차려줄 수는 없다. 그게 모래가 반이 됐든, 겨가 반이 됐든, 결국 내 손으로 쌀을 씻어 물 맞추고 뜸 들여 밥을 지어야 한다. 남의 밥상 바라보며 숟가락만 물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성향상 내가 좋아하는 밥이 진밥인지 고두밥인지 정도는 알고 있단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그렇기에 주류 문화나 유행 등과 떨어져 있어도 심리적 압박을 덜 느낀다.

한편, SNS로 연결된 세상은 한층 더 조밀하다. 모두가 손을 꼭 잡고 모여 수다를 떠는 느낌이랄까. 소통이란 걸 해보고 싶어 뒤늦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건만 웬만한 일은 혼자 축하하고, 혼자 삭이며 조용히 넘어간다.

유튜브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많은 것이 공유되고 과장되는 SNS 시대를 사는 조용한 이들은 피곤하다. 그러나 남들 다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해서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닐 테다.

모두의 가치관과 취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틀린 건 없다. 다를 뿐이다.

 

■ 작가소개

스미레(이연진)

『내향 육아』, 『취향 육아』 저자. 자연 육아, 책 육아하는 엄마이자 에세이스트.
아이의 육아법과 간결한 살림살이, 마음을 담아 밥을 짓고 글을 짓는 엄마 에세이로 SNS에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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